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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북플러님.
오늘의 호차를 담당한 영원입니다. 홀로는 오랜만에 인사 드려요. 메일 제목을 보고 놀란 마음에 들어오셨다면, 먼저 사과부터 드릴게요.
북플래터를 오래 읽어온 분들이라면 짐작하실 수도 있겠지만, 저를 비롯한 다섯 명의 에디터는 출판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읽고 쓰는 일을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로 북플러님께 편지를 보내고 있어요.
최근 몇 주는 개인적으로 일이 정말 힘들었어요. 뻔하고 진부한 핑계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갑자기 찾아온 장마와 무더위까지 겹치니 무게감 있는 글을 읽는 일도, 쓰는 일도 조금 버겁게 느껴졌죠. 문득 북플러분들 중에도 저와 비슷한 몸과 마음으로 하루를 버티고 계신 분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오늘은 평소처럼 세 권의 책을 소개하기보다, 습하고 무더운 날씨에 가볍게 볼 수 있는 (저로부터의) 편지 한 통과 책 이야기를 준비했어요. 너그럽고 즐거운 마음으로 읽어봐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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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름 햇빛, 여름 더위
북플러님은 한여름 무더위 vs. 한겨울 한파 중 어떤 걸 더 못견디는 스타일인가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사람들에게 계절 밸런스 게임 질문을 던지곤 하는데요. 드디어 더위와 추위를 제대로 비교할 수 있는 판이 깔아졌습니다.
저는 원체 몸에 열이 많은 탓에 한여름 더위를 못 견딘다고 즉답하는 스타일이에요. 여름의 낭만, 노을, 제철 과일, 아이스아메리카노 다 좋지만, 더위에 불타는 제 손발을 견딜 정도로 좋아지지는 않더란 말이죠. 그래서 이번 여름도 최대한 늦게 늦게 오기만을 기다렸어요. 올해는 제 바람이 이루어지나 싶게 조금 느지막히 장마가 찾아온 것 같은데요. 그럼에도 결국 여름이 오고야 말더군요.
여름 날씨를 정신력으로 이겨내보고자 시도한 전적이 있는데 매년 결말은 더위 먹어서 며칠 앓아 눕는 것으로 끝났어요. 여름을 이기려 하지 말잔 교훈만 되새깁니다. 올 여름은 정신 바짝 차리고, 여름의 직사광선을 최대한 피해 다녀 보려고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 햇빛만이 주는 쨍쨍한 느낌을 퍽 좋아해서, 채광 좋은 실내에서 바깥을 감상하는 일은 종종 하고 있습니다. 마치 비 오는 날 뽀송한 실내에서 밖을 구경하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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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잘 읽고 계신가요?
매일 출근길에, 에어컨을 발명해주신 분에게 참 감사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최근 독일에 살고 있는 친구가 에어컨 없는 집에서 주말을 버티다 못해, 에어컨이 빵빵한 사무실로 출근했다는 슬픈 소식을 전해왔어요. 유럽 곳곳이 폭염을 겪고 있다는데도 여전히 에어컨이 없는 집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조금만 더워져도 집중력이 뚝 떨어지는 저는 에어컨 없는 여름은 상상조차 어려운데 말이에요.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더위에 취약한 저는 여름에 글을 읽고 쓰는 일이 자주 버거워져요. 원래 퇴근길 지하철을 기다리며 책을 종종 읽곤 하는데, 요즘엔 지하철 역사에서 무엇인가에 집중하는 일이 사치처럼 느껴지네요. (온 에너지를 모아서 꼿꼿이 서 있는 데 쓰게 됩니다.)
북플러님은 요즘 잘 읽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냅니다. 요즘 책과 잠시 멀어졌다면, 무한한 공감과 응원의 마음을 보냅니다. 북 레터 파업 선언한 에디터로서 저희는 완벽한 아군입니다.
사실 오늘은 잘 읽고 있냐는 (에디터다운) 질문을 핑계 삼아 올여름을 잘 버텨보자는 안부를 전하고 싶었어요. 오늘의 짧은 편지가 불쾌감을 주는 습한 날씨에도 아주 작은 즐거움이 되었길 바라요.
- 에디터 영원 🌳
+) 그리고 혹시 요즘 푹 빠져 잘 읽고 있는 책이 있으시다면 맨 아래 구독자 피드백 버튼을 눌러 슬쩍 추천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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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 그랬어 김애란, 문학동네
문학/소설/단편
"젊은 시절, 나는 ‘사람’을 지키고 싶었는데 요즘은 자꾸 ‘재산’을 지키고 싶어집니다. 그래야 나도, 내 가족도 지킬 수 있을 것 같은 불안이 들어서요. 그런데 얄궂게도 남의 욕망은 탐욕 같고 내 것만 욕구처럼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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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를 잠시 잊고 재미있게 읽은 김애란 작가의 소설 <안녕이라 그랬어> 를 추천하며 편지를 마무리해봅니다.
동명의 작품을 비롯한 7편의 소설이 모인 단편소설집이에요.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이 서로의 집을 매개 삼아 '이웃'이란 관계로 연결되면서 펼쳐지는 다양한 이야기들인데요. 누구나 느껴봄직 하지만 뭔가 찜찜해 제대로 짚어보지 않고 외면한 불편한 감정들이 서늘할 정도로 날카롭게 묘사되어 있어요. 특히 말 그대로 집이라는 물리적 공간 뿐 아니라, 가상의 집과도 같은 SNS 공간에서 비롯되는 관계성까지 공감가는 이야기들이 많아 빠져들 수밖에 없었어요.
무더위에 책과 조금 멀어진 북플러가 있다면, 잘 읽히는 단편 소설집을 시작으로 다시 책과 천천히 가까워지는 방법을 추천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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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딸깍' 한 번으로 창작하는 시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예술은 무엇일까요? <진짜 예술, 가짜 예술>은 인공지능과 대중 매체 발달로 그림, 글과 음악이 쏟아지는 요즘 "인간이 하는 예술은 어떤 의미를 가지며, 창작자는 AI로 대체될 수 있을까?"라는 시의성 있는 질문을 던집니다.
캐나다 출신 작가이자 다큐멘터리 감독, 문화 평론가인 저자는 광고, SNS 콘텐츠, 상업 영화를 '가짜 예술'로 과감히 규정하며, 시대를 넘어 살아남는 '진짜 예술'이란 무엇인지 집요하게 파헤칩니다. 칸트, 들뢰즈 등의 철학을 길잡이 삼아 심도 있는 해석을 보여주죠.
그 과정에서 문학·영화·철학·예술사를 종횡무진하며 인간사 속 예술이 가진 의미를 깊이 있게 풀어내요. 셰익스피어부터 허먼 멜빌, 베토벤에서 락밴드 음악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장르를 넘나들며 예술의 본질을 추적합니다.
'예술을 바라보는 진짜 안목'을 기르고 싶거나, AI의 침투 속 창작자로서의 미래가 고민되는 북플러에게 강력히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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