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플러님에게 책이란 !?
테레자에게 책이란 은밀한 동지애를 확인하는 암호였다.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中
저에게 책은 일종의 안전장치에요. 강아지 고양이 좋아하는 사람 중에 나쁜 사람은 없어-!! 처럼, 책 좋아하는 사람 중에 나쁜 사람은 없..... 지 않겠지만! 그래도 '책을 좋아한다'는 건 어느 정도 저와 결이 맞는 사람이라는 걸 보장해준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에게 늘 끌리는 것 같아요. 단순히 요즘 읽고 있는 책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책을 대하는 태도나, 말하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로 좋았던 포인트 등을 보고 있으면, 그 사람의 세계를 조금은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오늘의 호차는! 북플래터의 근본, '책'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채워볼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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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의 독서 권태기 극복법은 바로 책에 대한 책을 읽는 거예요.
'이 사람들은 이렇게나 책을 좋아한다니!' 하면서 다시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거든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기쁨을 모조리 흡수할 수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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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독서법 이동진, 위즈덤 하우스
이동진씨, 책을 어떻게 읽으세요?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요.
- 이동진 독서법 中
이동진 평론가의 책 이야기에요. 1부에서는 책을 고르는 방법이나 문학의 필요성 등을 말하며 저자의 독서법에 대해 이야기하고요, 2부에서는 씨네 21 이다혜 기자와 ‘읽기’에 대해 대화한 내용이 들어있어요.
책을 사랑하는 행위를 다양하게 하자, 그 행위를 확장시키자는 뜻입니다. 이렇게 샅샅이 사랑하면 책이 더 좋아집니다. 저한테는 이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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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이렇게 읽어야 한다-! 식으로 독서법의 정석을 알려준다기보다는, 순전히 한 명의 책 덕후로서 ‘책을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요. 서점을 구경하고, 책을 고르고, 지니고 다니며 읽고, 완독해서 책장에 꽂는 그 여정 속에서, 책을 사랑할 수 있는 구석을 모두 찾아내 사랑하는 방법!💟
그의 방식이 공감돼서 거의 헤드뱅잉을 하면서 읽었는데요. 정석과는 조금 다를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이동진 평론가는 한 번에 열 권씩 읽고,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으면 찢기도 한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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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독서 행위를 넘어 ‘책’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이 쓴 글을 읽으면서 나의 독서법은 어떤지, 내가 책을 사랑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어 재미있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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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독서 문유석, 문학동네
개인주의자 선언으로 유명한 문유석 판사님의 책이에요. <쾌락독서> 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읽고 싶은 것만 읽어온 편식 독서에 대한 이야기에요.
나는 솔직히 취향으로 차별화하는 우아한 '인생 책' 리스트를 볼 때마다 궁금해진다. 저 책들도 물론 좋았으니 언급했겠지만, 정말 저 책들이 평생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들이었을까? 캔디캔디나 굿바이 미스터 블랙을 보며 가슴이 설렌 적은 없었을까? 슬램덩크에서 삶의 지혜를 발견하지 않았을까?
- 쾌락독서中
문유석 판사님의 글은 처음 읽어보는데, 시니컬하고 무던한 문체가 매력적이었어요. 책 전체에서도 '대단한 책이면 어쩌라고. 딱딱하고 지루하면 안 읽을래'🙄라는 태도가 잘 느껴져서 피식피식 웃음 나며 공감이 되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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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해서 말하는 책이지만 그러면서도 결국 삶이 책보다 더 크다고 말하는 부분이 좋았어요. 문유석 판사님의 현실적이면서도 인간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돋보이죠.
책은 구조의 문제를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개별적인 삶의 행복과 불행은 책이 설명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선다. 책도 무력한 순간이 있는것이다. 삶은 언제나 책보다 크다.
- 쾌락독서中
너무 내가 읽고 싶은 것만 읽나? 필독 도서 리스트를 참고하며 책을 골라야 할까? 저의 편독 습관에 대해 고민하다가 읽게 된 책이었는데, 이런 저의 고민에 대한 답을 찾은 느낌이었어요. 좋아하는 책만, 좋아하는 부분만 읽어도 된다는 게 큰 위안이 되었죠.
그래. 어차피 즐겁자고 책 읽는 거 그냥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읽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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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 박지원, 박홍규, 사이드웨이
독서는 제가 살아가는 데에 또는 제가 어떤 곤경에 빠졌을 때 직접 무슨 도움을 주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독서가 제게 미친 어떤 영혼의 힘 같은 걸 항상 느끼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 행위가 없었더라면 제가 과연 어떤 사람이 되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 中
책📚을 읽는 나날들이 쌓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들곤 해요. 독서의 시간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 대체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까? 인생을 바꾼 단 하나의 책, 하나의 문장 같은 것은 아직 찾지 못했지만, 지금까지 읽어왔던 제가 없었다면 저는 지금보다 훨씬 위태로운 사람이되어 있을 것 같아요. 이렇듯 독서가 저에게 미친 ‘영혼의 힘’ 같은 것을 느낄 때면 말 그대로 이렇게 생각하게 돼요.
아- 내내 읽다가 늙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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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는 작가이자 출판인인 ‘박지원’이 묻고, 영남대학교 명예교수 ‘박홍규’가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있는 대담집이에요. 박홍규 교수는 150권이 넘는 책을 쓰고 옮겼는데요. <오리엔탈리즘> <감시와 처벌>의 번역가로도 잘 알려져 계신 분이죠. 고독, 독서, 인간 그리고 사회. 크게 4가지 주제로 구성되어있는 이 책은 박홍규 교수가 한 평생 읽고 사유했던 흔적의 정수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밀도 있고 다양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평범함과 특별함
그중 제 마음에 닿았던 건 바로 ‘평범함’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저자는 책에서 내내 이런 말을 반복해요. ‘저는 별것도 아니고, 대단히 특별하지도 않은 사람이니, 저의 이야기를 무슨 진리처럼 생각하지 말아 주세요.’ '저는 그냥 평범한 재능이 99퍼센트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좀 편해지는 거 있죠.' 20세기 가장 훌륭한 번역서에 선정된 10권 중 무려 두 권을 번역했고, 자신이 속한 집단의 부조리함에 분노하며 내부 고발을 하는 등 보통 사람은 보이기 힘든 행보를 보였는데도요!! 저자는 평범함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제가 보기엔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들 자기가 시시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지나친 자기 존대랄까요. 자기 스스로 자기를 높이고 내세우는 그런 문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건 우리가 너무 업신여김을 당하고 자기 존재의 가치를 무시당하는 사회에 살았기 때문인지도 몰라요. 그래서 내가 나를 안 높이면 안 된다는 의식이 있는지도 모르지만, 그냥 내가 아주 성실하고 진지하게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내 나름대로 생각도 하고 표현도 하면서 나 다운 삶을 살아가는 게 가장 멋진 삶이라는 평범한 인생관, 평범한 가치관이 너무나 부족한 것 같아요.
-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 中
진지하고 진실하게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내가 지키고 싶은 가치에 대해 내 의지와 표현으로 나름의 목소리를 내면서 사는 것. 동물을 사랑한다면, 하루하루 비건식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육식을 포기하고자 하는 자세. 그것이 곧 두 발을 내딛고 사는 삶이며 하루하루의 투쟁이 아닐까요? 멀리서 봤을 때는 평범하지만, 또 감히 업신여기며 ‘평범하다.’라고 내뱉을 수는 없는, 매일매일 자신만의 실천이 있는 삶!✨ 북플러님도 저도, 평범하고 고독하고 단단하게, 그런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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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책에 대한 책
직접 읽은 건 아니고, 서울 퍼블리셔스에서 발견한 책인데요. 책과 출판의 세계에 속한 8명의 저자들이 각자 ‘책에 대한책’을 읽고 쓴 글을 엮은 서평 에세이 모음집이에요. ‘책에 대한 책’은 책의 역사를 다룬 책, 독립출판을 다룬 책 등 그 주제도 다양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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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좋아한다는 사람을 만나면 꼭 물어보고 싶은 질문들이 있어요! 한 번에 여러 권을 읽는지? 한 번에 한 권만 읽는지? 책을 어떻게 고르는 편인지? 오랫동안 미완독의 상태로 남겨둔 책이 있을 때 스트레스 받지는 않는지? … 그 사람의 독서방식이 궁금할 때, 이런 질문들을 던져보면서 알아가보는 건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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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 번에 한 권만 vs 한 번에 여러 권씩
그런데 오랫동안 이렇게 읽으면서 몸에 배니 장점이 많습니다. 첫 번째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여러 권씩 늘어놓고 읽게 되면 책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지 않습니다. … 물론 이 책들을 다 읽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겠죠. 한 달이 걸릴 수도 있고 몇 달이 걸릴 수도 있어요. 하지만 책을 빨리 읽어야 한다, 기억해야 한다는 강박이 없으면 괜찮습니다. 책만 재미있으면 되는 거죠.
- 이동진 독서법 中
🍰한 번에 여러 권씩 파 :
저는 예전에 책에 대한 강박이 있어서 하나를 다 끝내기 전에는 좀처럼 다음 책으로 넘어가지 못했어요. ‘완독한 책’ 수를 빨리 늘리고 싶어서 재미없어도 꾸역꾸역 참고 읽었었죠😑 최근에는 병렬 독서(한 번에 여러 권 읽는 것)를 하고 있는데, 오히려 독서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더라고요.
VS
🤗한 번에 한 권만 파:
한 번에 여러 권을 읽으면 오히려 책의 내용에 집중하지 못하는 느낌이에요. 하나의 책이 가지고 있는 세계에 온전히 몰입하는 걸 좋아하는데, 여러 개를 읽으면 몰입이 깨져요. 특히 소설의 경우에는 병렬 독서를 하면 등장인물 이름이나 에피소드 등이 섞여서 아쉬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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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종이책을 더럽게 vs 깔끔하게
메모하면서 책을 읽으면 독서가 깊어집니다. 눈으로만 읽는 게 아니라 줄을 치고 표시를 하고 생각을 쓰는 겁니다. 이렇게 읽으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기억에도 도움이 되고 사고가 확장되기도 합니다.
심지어 책은 찢어도 됩니다. 몇 년 전, 전경린 작가의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을 읽다가 어떤 구절이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메모할 형편이 안 되어서 그 페이지를 찢어서 갖고 다닌 적도 있어요.
- 이동진 독서법 中
🍰 더럽게 파 :
종이책의 가장 큰 장점은 읽으면서 떠오른 생각을 바로바로 메모할 수 있다는 것이죠✏️ 더럽게 밑줄 긋고 마음에 드는 표현에 동그라미도 치면서 그때그때 떠오르는 순간의 생각을 끄적이면서 읽는 걸 좋아해요. 문장이 너무 좋으면 ‘문장 미쳤다.’ ‘어떻게 이런 표현을?’ 같은 것도 마구 적어놔요. 그렇게 낙서하면 책이 좀 더 제 것이 되는 느낌이 들어요. 꼭꼭 씹어 먹는 느낌! 나중에 그 책을 펼쳐봤을 때 제가 해놓은 낙서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요.
VS
😳 깔끔하게 파 :
종이책은 무조건 깔끔한 상태로 남겨두고 싶어요. 마음에 드는 문장이 있으면 사진을 찍어놓거나 인덱스를 붙여놓는 편이에요. 밑줄도 그어봤는데, 페이지를 일일이 훑으며 찾아야 하니까 다시 보지 않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나중에 펼쳐보았을 때, 그때는 와닿은 문장이지만 지금은 또 아닐 때가 있어요. 그러면 그 밑줄 자체를 지우고 싶기도 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나중에 팔지도 모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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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말 마음에 드는 책만 구매 VS 일단 책은 구매하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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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구글
🍰 구매 파 :
제가 유일하게 과소비하는 부분이 책인 것 같아요. 원래는 서점 ‘아이쇼핑’이 취미였는데, 최근에는 그냥 서점 ’쇼핑’이 취미가 되었어요. 서점을 한 바퀴 산책하며 표지가 마음에 드는 것, 후기는 별로 없지만 왠지 느낌이 오는 책, 언젠가는 읽어봐야지 했던 고전… 깊게 고민하지 않고 끌리는 책을 한 가득 고르고, 결제하고, 엄청나게 긴 영수증을 받는 그 순간이 정말 짜릿해요 ! (물론 다 읽지는 않지만..)
VS
🍭도서관 파 :
읽는 책의 양이 절대적으로 많은 저에게 읽고 싶은 모든 책을 사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 (아마 제가 구매 파였다면 저의 통장은 진작에 바닥을 보였을 수도...) 그런 저도 갈 때마다 꼭 책을 구매하는 공간이 있는데요, 바로 독립서점! 이전에 김영하 작가가 <알쓸신잡>에서 독립서점을 출판계의 모세혈관에 비유하면서 '독립서점에 가면 한 권의 책이라도 사라'라고 했던 말이 인상 깊었거든요. 최근에 가장 긍정적인 경험을 했던 독립서점은 서촌에 위치한 [비화림]. 가파른 언덕에 위치한 곳인데, 안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가 없어 책에만 오롯이 몰입할 수 있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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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여행할 때 책을 가져간다 VS 안 가져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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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져간다 파 :
여행 테마에 맞는 책을 가져가는 걸 좋아해요. 예를 들면 체코에 갈 때는 카프카 책을 읽고, 경주에 갈 때는 싯다르타를 가져간다든지… 여행에서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 햇살 좋은 데에 철퍼덕 누워서 무언가를 읽고 쓰는 시간이에요. 많이 읽지는 못하더라도 그때 그 순간만큼은 정말 좋은 문장과 함께하고 싶어서, 많이 읽지 못할 걸 알면서도 가져가죠.
VS
😘 안 가져간다 파 :
여행지에서는 새로운 곳에서 느낄 수 있는 자극에 집중하고 싶어요. 몇 번 가져가 봤는데 결국 안 읽고 다시 가져오게 되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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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독서 유형은 여러 권 - 더럽게 - 구매 - 가져간다 에요! 북플러님은 어떤가요? 저와 똑같은 북플러 있나요? 그럼 정말 운명일지도… 여기에서 공유해주세요 😉
책에 대한 책을 읽을 때 제 가슴이 뛰는 것처럼, 이번 레터가 북플러님에게 그런 느낌으로 와닿았길 바라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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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platter.lett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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