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껏 골라 먹는 북플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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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의 침공 권혁일, 안전가옥
소설/한국소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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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의 기억 속에 우리가 이름을 붙였던 노랑으로 남을게. 영이 눈을 감으면 우리는 언제든 세상 모든 노랑으로 만날 수 있을 거야.
- 첫사랑의 침공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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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은 소설집이 있어 소개해 드려요. SF 로맨스 장르 단편 소설집 <첫사랑의 침공>인데요. 이 책은 제가 자주 가는 북카페에서 발견하고 읽어보게 된 책이에요. '첫사랑의 침공'이라는 제목부터 흥미롭다고 생각하며 책장을 들춰보는데, '읽는 내내 애틋하고 행복하고 아쉬워졌다'는 추천 글귀를 보고 궁금해져서 읽어보게 됐죠.
이 책에 4개의 단편소설은 각자 통통 튀는 매력을 자랑하는데요. 외계인 '서고' 누나에게 반한 대학생 '성윤'의 첫사랑 감정선이 드러나는 <첫사랑의 침공>, 선천적 색각 이상 증세로 노란색을 보지 못하는 '영'이 노란색의 신을 만나며 느낀 연애 감정을 잘 담아낸 <세상 모든 노랑>, 홀로 남은 '서현'을 만나기 위해 날아온 외계인의 절절함이 엿보이는 <광화문 삼거리에서 북극을 가려면>, 사랑에 빠진 간첩 주인공과 남편의 코믹한 로맨스가 엿보이는 <하와이안 오징어볶음>까지. 다채로운 색깔의 사랑 이야기를 맛볼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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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어떤 모양을 작가가 각 단편에 녹여내려고 한 것일지 추측하며 읽는 재미가 있었는데요. (마지막 작가의 말 부분에 각 단편에 담은 작가의 의도가 드러나서 읽으면서 추측한 것이 작가의 의도와 맞았는지를 확인하며 읽는 재미도 있어요!) 저는 이 중에서도 <세상 모든 노랑> 속 주인공 '영'과 '노란색의 신 '랑'의 연애 감정선에 공감하며 읽었어요. 노란색을 갈색으로밖에 보지 못하는 '영'은 노란색의 신인 '랑'의 손을 잡으면 노란색을 볼 수 있게 돼요.
어느 순간부터 바빠져서 자신이 필요로 할 때 곁에 없는 '랑'에게 '영'은 이렇게 투정 부리게 되죠.
"내가 필요로 할 때마다 나타나서 손을 잡아 줄 거야? 맨날? (중략) 거봐, 시간이 될 때만이잖아. 랑이 못 오는 날에는? 나는 랑이 와 주기만을 기다리면서 허공에 손을 내밀고 있어? 차라리, 옛날처럼 노란색을 보지 못했으면 더 좋았을지도 몰라."
내가 좋아하는 만큼 상대가 나에게 항상 잘 해줬으면 좋겠고, 상대방이 조금이라도 변했다고 느껴지면 어느 순간 확 서운해지는 마음. 연인 간에 생기는 복잡미묘한 감정선에 공감하면서 읽었는데요.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하고, 관계 속에서 아픔을 겪어본 적 있는 독자라면 더욱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을 것 같아요. 존재와 존재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사랑스러운 소설집, 자신 있게 북플러님에게 추천해 드려요.
- 에디터 민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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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멀 피플 샐리 루니, 아르테
소설/드라마원작소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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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왜 평범한 사람들처럼 될 수 없는지 모르겠어." .... "사랑해. 그 순간 그녀는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고, 얼굴은 새빨개졌다. 그는 그녀를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그가 그녀를 구하기로 결심했기에, 그녀는 구원을 받았다."
- 노멀 피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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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멀 피플은 청소년기부터 4년간 이어지는 메리앤과 코넬 두사람의 사랑 이야기예요. 평범하다면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이 러브스토리가 맨부커상 후보에 오르고, 동명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촬영지인 아일랜드 소도시 슬라이고를 유명하게 만들었는데요. 어떤 매력이 있을까요?
메리앤은 재력가 집안 딸로 성적으로는 학교에서 손 꼽히지만 묘하게 모난 언행으로 인기 없는 소녀고, 코넬은 부유하지 않은 환경에서 컸지만 성숙한 외모와 피지컬, 사교적인 성격으로 전교에서 유명한 소년이에요. 코넬의 엄마가 메리앤 집의 가정부로 일하게 된 상황을 계기로 특별한 관계가 되지만, 공적인 장소에서 둘의 연애를 부정하는 코넬로 인해 크게 상처 받은 메리앤은 학교를 떠나죠.
후회하고 그리워하던 코넬은 몇 년 뒤, 대학에서 예상치 못하게 메리앤을 만나고 바뀐 그의 모습에 당혹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들의 순탄하지 못한 사랑은 꾸물꾸물 다시 시작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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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드라마로도 개봉했어요. 클릭하면 예고편으로 이동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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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이 책이 제 맘에서 떠나지 않는 이유는 감정을 솔직하게 묘사한 부분이에요. 여러 자기 계발서들은 나를 사랑하고 인정해줄 수 있는 건 오직 나뿐이라고 말하지만 그런 이상적인 경지에 도달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사람은 타인으로부터, 나를 사랑해준다는 확신이 있는 상대로부터 이해받을 때 충만해지는 것 같아요. 노멀 피플은 혼자인 개인의 불안함을 솔직히 펼쳐 보여줘요.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독자를 외로움에서 꺼내주죠.
감정에 현미경을 갖다 댄 것 같은 세밀함도 인상적이에요. 솜털이 부슬 일고 변성기가 오는 등 내 몸이 달라지며 생기는 청소년기의 혼란 속 사랑이란 감정이 인생에 뚝 떨어지며 갑자기 일어나는 파란, 그리고 불안한 자아를 경험하는 과정이 촉감처럼 느껴지는 책이에요. 타인의 혼란한 마음을 쳐다보는 것 같은 묘한 흥분 속에서 책장을 넘기게 되는 북플러님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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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 김창완, 웅진지식하우스
에세이/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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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 보니까 걱정이 안개를 닮았더라고요. 코앞에서 눈을 가리지만 한 발자국만 내딛어도 사라져요. 걱정거리가 있으시면 없는 셈 치고 발걸음부터 떼세요. 걱정은 내 마음의 배신입니다.
-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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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내가 부족하게 느껴질 때, 뭔가 자신감이 없는 구간을 지날 때가 있죠. 이럴 때 생기는 마음의 허기짐은 자극적인 숏츠 영상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것 같아요. 찬찬히 활자를 읽으면서 나에게 집중할 때 쯤 그 허기를 채우곤 하죠.
인터넷 세상을 떠돌다보면 한번 쯤은 봤을법한 산울림 밴드 리더 <김창완 선생님의 찌그러진 동그라미> 짤을 다들 아시나요?
제가 지금부터 동그라미를 그려보겠습니다. 마흔일곱 개를 그렸군요. 이 가운데 v 표시한 두 개의 동그라미만 그럴듯 합니다.
회사 생활이라는 것도 47일 근무 중에 이틀이 동그라면 동그란 것입니다. 너무 매일매일에 집착하지 마십시오. 그저 다 찌그러진 동그라미들입니다. 우리의 일상도
-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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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찌그러진 삶을 살고 있지는 않나, 고민하던 저에게는 생각보다 큰 울림으로 다가왔던 이 글이 북플러님에게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갔을지 궁금해요. 이 책은 김창완 선생님이 올해 아침까지 진행했던 SBS 파워 FM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의 오프닝 멘트를 모은 책이에요. '위로'를 키워드로 하여 묶인 이 책은 삶을 예찬하는 모습뿐만 아니라 상실감, 외로움 등 인간적 면모가 보이는 글 모두가 담겨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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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완벽한 동그라미라는 허상이 아니라, 한 존재로서 빛나는 자신을 믿고 긍정하는 태도를 전하고 싶었어요. 완벽한 동그라미를 그리기 위해 청춘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쏟아 넣는 게 우리가 살아온 경쟁 사회잖아요. 그런데 들여다보면 그 완벽한 동그라미조차 대부분은 남의 욕망이기 십상인 것 같아요. 완벽한 것을 추구하면 순간순간의 인생, 종국에는 자기 자신마저 도구가 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모든 순간순간이 아름답고, 우리가 그리는 모든 동그라미가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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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저는 감성을 촉촉하게 적시는 에세이보다는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자기계발서나, 타인의 삶에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직업 에세이를 더 선호해왔어요. 하지만 무언가 팍팍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느꼈을 때쯤 책만이 줄 수 있는 따뜻한 위로와 글을 통해 한 번 더 사유하게 되는 과정, 내 상태에 대해 고찰할 수 있는 그 감각을 느꼈을 때 활자가 읽는 사람에게 주는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다시금 느꼈어요.
요즘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북플러가 있다면, 너무 요란하지 않게 관망하는 태도로 우리를 위로하는 김창완 선생님의 책을 읽어봤으면 해요. 흘러가는 태도로 삶을 바라보는 모습이 시처럼 올라가 있는 이 책에서 여러분만의 해답을 찾기를 바라면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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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platter.lett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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