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플러님 안녕하세요. 에디터 란란이에요 🍰
새롭게 구독해주신 분들이 많아 잠깐 북플래터에 대해 소개드리자면, 북플래터는 격주로 달에 두 번 발행되는 뉴스레터예요. 한 번은 '에디터의 플래터'라는 이름으로 책과 글에 관련된 주제들을 자유롭게 나누고, 한 번은 3권의 책을 소개하고 있어요.
지난 주말, 제 인스타그램 피드엔 서울국제도서전 사진이 잔뜩 올라왔어요. 세상 사람들 다 여길 갔나? 싶을 정도로요. 저도 올해로 벌써 4년째 도서전에 가고 있는데, 매년 이 행사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게 괜히 좋더라고요. 이번 호차에서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수집한 여러 가지 생각들을 나눠보려고 해요. 이미 다녀오신 분들과는 함께 공감하고, 아직 못 가본 분들에게는 분위기가 조금이나마 전해지길 바라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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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도서전에서 유독 인상 깊게 본 책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새롭게 열어주는 책들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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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달의 일상 시화 시리즈 | 빵과 시
‘일상시화’는 시인이 생활 속에서 돌보고 있는 테마와 시를 엮어낸 아침달의 에세이 시리즈예요. 시와 일상이 서로를 비추는 방식으로 쓰인 짧은 에세이와 시가 함께 실려 있어요. 시를 읽고는 싶지만 왠지 늘 어렵게만 느껴졌던 사람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빵과 시를 골랐어요. 원래도 빵을 좋아하긴 했지만, 제가 남들보다 유독 빵을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요즘 자주 느끼거든요. 삼일 연속 샌드위치를 먹는다거나, 독립 후 두 달 동안 배달시켜 먹은 유일한 메뉴가 샌드위치라는 점, 밥보다 빵을 먼저 고려해서 식사량을 정한다는 점 등이 그래요. 그래서 시인의 눈으로 본 빵과 함께하는 일상은 어떤 단어들로 쓰일지 궁금했어요. 빵이 글감이 될 수도 있다는 것도 흥미로웠고요.
이외에 잠과 시, 고양이와 시, 사진과 시 등 다양한 주제가 있었어요. 북플러님이 관심있는 분야도 있는지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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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치를 감상하는 창문
올해 서울국제도서전 주빈국은 대만이었는데, ‘대만 감성’이라는 큼직한 부스가 있었어요. 그 안에서, 디자인적으로 뛰어난 책들에 수여되는 상을 받은 작품들을 전시해둔 섹션이 있었고, 그중 하나가 이 책이에요.
책이라고는 하지만 텍스트는 하나도 없어요. 가운데가 뻥 뚫려 있고, 하단에 조그맣게 페이지가 적힌 형태일 뿐이죠. 세상을 바라보는 창문 자체가 책이 되는 거예요. 책의 내용은 비어 있지만, 그만큼 내가 바라보는 모든 세상이 곧 나만의 책이 되는 느낌이었어요. 책을 가진 사람 수만큼의 이야기가 담기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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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_ 역
서울 지하철역 곳곳을 찍은 사진집이에요. 다들 지하철역을 다니면서 어떤 '느낌'을 받지 않나요? 예를 들어 저는 뚝섬역의 색 바랜 연두색과 시간의 흔적이 느껴지는 바닥과 벽에서 포근함을 느끼고, 종로3가의 환승 구간에서는 왠지 모를 조급함을 느껴요. 그렇게 생각해보면 분명히 역 마다의 특징과 개성이 있는거죠.
작가님도 왠지 그런 걸 느낀 사람이니까 지하철역을 기록하겠다는 생각을 한 건 아닐까, 책의 기획 의도를 추측해봤어요. 매일 지나다니는 공간이 누군가에겐 콘텐츠가 되고, 아름답게 기록될 수 있다는 걸 새삼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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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전에서는 책을 유심히 보지 않아도, 좋은 문장이 도처에 있어요.
저는 전시 설명 읽는 걸 유난히 좋아하는 사람이라, 도서전에서는 종종 핸드폰 메모장을 꺼내게 되더라고요.
이번에도 눈에 들어온 문장들을 몇 개 적어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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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처럼, 다니엘 페나크
책을 읽는 시간은 사랑하는 시간이 그렇듯, 삶의 시간을 확장시킨다.
독서도 사랑이 그렇듯 그저 존재하는 방식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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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통제와 맥주 한잔의 자유, 최은영 추천사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책이 있다. 나를 그저 지나가는 책과 나를 관통하여 변화하게 하는 책.
후자는 아주 드물지만 영영 잊히지 않고 내 안에 남아 삶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놓는다.
ㄴ 란란의 코멘트 ;
책의 재미 자체보다도,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 삶의 태도를 바꾸는 책이 있잖아요. 저에게 인생책이란, 바로 그런 책을 말하는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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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부스 전시 설명 - 문학은 뭐가 될 수 있지?
문학은 뭐가 될 수 있지? - 글자가 책장을 벗어나 삶 속의 모든 구석으로 들어갈 때.
문학은 시와 술 한 모금의 여운, 한 잔의 핸드드립 향기,
잉크 한 방울의 흐름, 혹은 빗 속의 고요한 사색이 될 수 있다.
(...)
- 만년필, 잉크, 원고지는 작가의 필치를 매일 쓰는 의식으로 전환한다.
- 문학적 이미지를 추출해 제조한 맥주와 특별 제작된 술잔은 독자들이 잔을 들 때 시의 메아리를 느끼게 한다.
- 커피는 고전 텍스트에서 맛의 영감을 추출해 독자들을 작가의 상념 속으로 이끌어 간다.
ㄴ 란란의 코멘트 ;
‘문학적 이미지를 추출해 만든 맥주’, ‘고전 텍스트에서 맛의 영감을 추출한 커피’라는 표현이 인상 깊었어요. 내가 책에서 느낀 추상적인 감상을 물리적인 감각과 연결하는 일, 그리고 누군가의 해석을 ‘맛’이라는 방식으로 전달받는 일. 그것도 책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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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전시하고 소개하는 방법을 구경하는 것도 도서전의 재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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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지성사의 골판지 부스
이번 도서전에서 가장 눈에 띈 대형 부스는 단연 문학과지성사였어요. 전시 전체가 골판지로 만들어져 있었는데, 책장부터 기둥까지 모두 종이로 구성된 게 인상적이었어요. 탄탄하고 단단한 골판지의 질감이 재밌어서 계속 ‘똑똑’ 두드려보기도 했어요. 이 안에서 책을 고르고 있는 사람들, 그 장면 자체가 전시 같았달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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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책을 엮는 법 - 오뚜기, 맥파이앤타이거
도서전을 여러 해 다니다 보니, 즐겨보는 포인트도 바뀌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독립출판 작가들과 나누는 대화나 새로운 책에서 영감을 받는 게 즐거웠다면, 요즘은 ‘비출판사’ 브랜드가 책과 연결되는 방식이 더 눈에 들어와요.
올해는 오뚜기, 그리고 차 브랜드 '맥파이앤타이거'의 부스가 재밌었어요. 차 브랜드는 ‘책과 차를 함께하는 시간 = 나를 위한 시간’이라는 메시지를 전했고, 오뚜기는 책갈피 만들기 체험 등 관객 참여형 부스를 운영했어요. 도서전에 가면 책과 텍스트를 너무 많이 봐서 머리가 어지러운 순간이 있어요. 그럴 때 이런 부스를 가면 다시 책을 구경할 에너지를 얻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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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사 - 텍스트 힙 유행을 마음껏 활용하기
작년부터 독서 관련 밈이 유행하면서, '텍스트 힙', '독서는 재미있다'는 인식이 즐겁게 퍼져나갔죠. 김영사 부스는 그런 유행을 잘 활용하고 있었어요. ‘나는 독서하는 사람’이라는 걸 유쾌하게 드러낼 수 있는 키링도 있었고, 큐레이션 타이틀 역시 눈길을 끌었어요. 단순히 ‘지친 당신에게’처럼 평범한 문구가 아니라, 밈을 적절히 변형한 재치 있는 타이틀들 덕분에 이미 많이 둘러본 부스인데도 다시 한번 책장을 들춰보고 싶어지더라고요.
그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책 읽는 사람들’이라는 문구의 키링이었어요. 저는 3년째 친구들과 독서모임을 하고 있는데, 책을 읽는 그 자체보다는 책을 매개로 평소에는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를 더 건강하게 이해해가는 과정이 좋아요. 그렇게 우리의 서사가 조금씩 단단해진다는 점에서요. 갖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품절이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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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은 여전히 책을 중심으로 수많은 시선과 이야기가 오가는 공간이었어요.
책을 사는 일뿐만 아니라, 책을 바라보는 태도, 책을 둘러싼 풍경들을 새삼 다시 보게 되는 시간.
그게 도서전의 가장 큰 즐거움인 것 같아요.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만의 풍경을 보는 것도 좋았어요.
이 안에서는 좋아하는 작가의 팬싸인회를 기다리며,
핸드폰을 하는 것 보다는 책을 읽는 게 더 자연스러운 모습이니까요.
북플러님은 이번 도서전에서 어떤 것들이 인상깊었나요?
혹시 가지 못하셨더라도, 오늘 제가 소개한 것들 중 마음에 남은 게 있었다면 함께 나눠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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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두 마음이 있었다. “어른이 별건가”와 “나는 제대로 된 어른이 될 수 있을까.”
한 해 한 해 빠르게 흐르는 시간 속 제가 하는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좋은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예요.
오히려 학창시절엔 20살이 되면 그만이지!라고 쉽게 생각했었던 것 같은데, 성인이 된 지 n년차인 지금까지도 이 고민은 현재 진행 중. 어떤 어른이 좋은 어른인지, 나는 내가 생각하는 이상향에 조금씩이나마 가까워지고 있는 것인지 누구 하나 가르쳐주는 이 없어 막막할 때도 있죠.
북플러님도 저와 같은 고민을 해본 적 있다면, '좋은 어른'으로 자라기 위한 여정에 길잡이가 필요하다면 이 책을 추천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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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어른이 되고 싶어서'라는 소제목으로 시작하는 박산호 번역가의 산문집 <어른의 문장들>은 일상의 경험에서 얻은 '제대로 된 어른'에 대한 작가만의 시각을 솔직하게 이야기해요. 챕터마다 숨어있는 삶과 태도, 어른에 대한 명문장은 덤! 도돌이표 같던 '어엿한 어른'에 대한 고민에 좋은 환기가 되었던 책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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