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북플러 여러분! 에디터 나기🌙입니다.
아실까요? 1990년대만 하더라도 한국에서 출판사를 통하지 않고 책📔을 낸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어요. 나기의 아버지는 쭉 책 쓰는 것을 업으로 해왔는데요. 어릴 적 아버지가 출판을 거절당했다거나, 어렵사리 출간하더라도 인세가 적어 속상하다고 말씀하신 게 기억 나요. 좋은 책에 대한 의지로 하루 10시간 아깝잖게 책상을 지키던 모습을 생각하면 짠해요.
지금의 풍경은 독립 출판 시장이 열림에 따라 사뭇 달라졌죠. 대형 서점 입점, 광역 유통 등 상업적 논리에서 어느정도 벗어나 누구 한 사람만 좋은 글이라고 평가하더라도 책이 세상으로 나올 수 있게 됐어요.
그렇게 몇 사람의 소망으로 빛을 본 각지의 책을 모아 2013년부터는 독립 출판인들을 위한 페어도 개최되고 있는데요, 이름하야 '퍼블리셔스 테이블'입니다. 알음알음 오시던 행사가 이젠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매 해 열리는 정규 북페어로 자리 잡았다는데요. 유독 날이 청명하던 10월 퍼블리셔스 테이블에 들른 후기를 북플러분들과 공유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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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여개의 테이블을 헤치고 다니며 든 생각은 '손글씨를 보는 게 얼마만인가!'였어요. 꾹꾹 눌러 쓴 책 소개글을 볼 때마다 날것의 열정이 느껴졌어요. 만든 분들로부터 '내 책이 왜 특별한지'를 들을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었구요. 가령 독립출판 페어에서는 농산물(책)을 농부(작가)에게 직접 사는 느낌인거예요. 왜 여기서 당근이 잘 나는지, 얼마나 공들여 키웠는지 물어볼 수 있겠죠. 그러니 저도 그날만큼은 질문 주머니를 잔뜩 달고 다녔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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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만드신 거예요?"
어떤 분들이 독립출판을 하느냐가 참 궁금했어요. 소책방이지만 기획을 겸하거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작해 책 기획으로 나아가는 등 팀 규모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나온 기획자, 편집자 두 분도 그런 경우였어요. 책에 관심 있는 이들이 공동체를 이뤄 스스로 편집자, 기획자 등 각 직무를 설정하고 책을 출간하고 있다네요. 독립출간뿐 아니라 여러 사이드 잡을 프로젝트 형태로 함께 진행하며 '다능인'으로서의 삶을 추구하는 단체라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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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꼭 독립출판인가요?"
독립출판의 매력은 역시 다양한 시도에 있는 것 같아요. 기성 출판 시장에서는 밑자본 최소화가 큰 화두가 되겠지만, 독립출판 쪽에서는 20, 30권으로 간행부수를 줄이더라도 창의적인 도전을 해볼 수 있겠죠.
그런 의미에서 눈에 띈 작품은 허해찬 작가의 '때묻은 일기장'이에요. 작가가 5년간 써온 일기장을 직접 엮어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실제 일기장이나 앨범 같은 촉감 덕분에 누군가의 사생활을 훔쳐 보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총 출간부수는 스무권, 전시된 건 네 권밖에 되지 않아요. 수작업으로 기운 노끈에, 두꺼운 표지만 봐도 기성 시장에서는 불가능한 시도란 생각이 들었어요. 출간된다더라도 접근하기 어려울 정도로 값비싼 책이 됐을거예요.
글로연 출판사가 내놓은 조수연 작가의 '코스모빌라'도 마찬가지였어요. 지구 멸종을 주제로 하는 판타지 동화책 코스모빌라는 무려 169cm 길이로 펼쳐지며 8층 빌라의 외관과 내관을 보여줘요. 알록달록한 색채에, 끝없이 펼쳐지는 그림의 향연을 보고 있자니 책을 꼭 이 같은 형태로 내고자 한 작가의 의도가 더 궁금해지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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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얼 말하고 싶었던 건가요?"
이외에도 색다른 주제의 테이블이 눈길을 끌었어요. '시절' 출판사에서는 시인들이 엮은 산문집 '네가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해'라는 책을 건네주셨어요. 여기서 '너'는 시를 지칭한다고 하죠. |
자연주의 책을 전시하며 식탁처럼 꾸며놓은 테이블도 있었어요. 친한 동생, 언니가 크루가 되어 좋은 책을 소개해 왔다는 '지음지기' 출판사는 편지를 엮은 산문집 '숲에서 도토리 한알을 주웠습니다', 여러 사람의 '킥' 레시피를 모아 둔 '한끼의 문학' 등 소소한 내용의 책들을 소개해주셨어요. 토마토, 상추 그림을 본떠 만든 굿즈도 같이 판매되고 있었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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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숍 연구 잡지를 표방하는 '브로드컬리' 출판에서는 각지 자영업자의 입을 빌어 삶의 터전에 대한 다채로운 생각들을 풀어놨어요. '서울의 3년 이하 퇴사자의 가게들 : 하고 싶은 일 해서 행복하냐 묻는다면?' 등 현실적인 고민을 주제로 한 책들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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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만드는 법을 알려준다고요?"
일부 독립 책방은 직접 책 관련 행사도 주최하고 있었어요. 2016년 개업한 이후북스는 '나도 책 한번 만들어볼까'라는 독립 출판 워크숍을 열고 있다고 해요. 무려 20기를 앞두고 있는 이 워크숍은 자가 출판을 코칭하는 데 목표가 있다고 해요. 비슷하게 KT&G 상상마당에서도 독립출판 콘텐츠 창작자를 찾는 지원 사업 '자음'을 홍보하고 있었어요. 내 콘텐츠를 선보일 기회를 찾는다면 들여다봐도 좋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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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행사가 열린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을 빠져나오면 녹지를 배경으로 야외 스테이지가 펼쳐져 있더라고요. 시간별로 낭독회가 예정돼 있었는데 꽤 많은 사람들이 낭독을 기다리는 중이었어요. 따스한 햇살 속 책 한 권씩 들고 모인 풍경이 꼭 청춘 드라마 같았어요. 한켠에는 오디오북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돼 헤드셋을 빌릴 수도 있었어요. 퍼블리셔스 테이블이 새로운 책문화 도입을 선도하는 장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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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에겐 대세와 다른 선택을 즐겨하던 때가 있었어요.
그 선택 하나하나가 저를 규정했고, 내가 누구이며 뭘 원하는지가 너무나 명료했어요.
나라는 사람의 존재에 한 치의 의심도 없었죠.
지금은 '난 유일한 사람'이라고 느끼는 시간이 적어 아쉬워요.
퍼블리셔스 테이블은 다시금 개성을 따르고 싶다고 생각하는 기회가 됐어요.
당장 다수가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을지라도 나의 이야기를 쓰고 엮기까지 직접 땀 흘린,
사랑스러운 출판인들을 만나 의미 있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 에디터 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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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즐겁다의 감정까진 차올라도
행복하다 표현까진 안 채워졌는데
드디어 나왔다 그 감탄사가.
행복하다!
...
아 어이없어
왜 행복하지?
빗속에 갇혀 있는 이 상황이
자유롭고 웃긴 이 상황이
아무것도 신경 안 써도 되는 이 여유가
- @eedadat, '번아웃 여행기'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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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platter.lett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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