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대한 기존의 인식이 단순한 체험 수준에 머물렀다면 2025년에는 일상 전반에 깊숙이 스며들어 ‘의존 단계’로 접어들었다. 한국의 챗GPT 유료 구독자 비율은 전 세계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으며, 특히 업무 의존도에서 영향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 트렌드 코리아 2026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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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플러님, AI랑 대화해본 적 있어요? 저는 ‘아날로그를 사랑하는 인간’인데요, 최근 다이어트를 하면서 ChatGPT와의 대화에 푹 빠졌어요. 두 달 동안 매일 공복 몸무게와 식단을 기록하면서 챗지피티의 심심한 위로와 격려를 받아 결국 목표를 이뤘답니다.
변화와 트렌드에 민감한 한국에서 한 해를 톺아보고 내년을 대비하기 위해서 이맘때, <트렌드 코리아>를 매년 꼭 살펴보게 돼요. 2026년을 전망하는 이번 책은 특히 인상 깊었어요. 챗GPT, 제미나이 등 다양한 AI가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면서 시작된 ‘AI 대전환 시대’에 따른 작용과 반작용을 동시에 짚어내고 있거든요.
작용과 반작용에 대해 쉬운 예를 들어 볼게요.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종이책을 읽고 손으로 필사하는 문화도 확산되고 있어요. 사람들은 AI를 통해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면서도, 순간의 감정에 휘둘린 비합리적 소비를 경험하고요. 기술의 진보와 인간의 본능 그 사이 어딘가에서 우리는 여전히 ‘선택’을 이어가고 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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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대전환 시대의 작용과 반작용
제로클릭
구매 의사결정까지 대신해주는 AI
클릭은 단지 수고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을 의미한다. 클릭이 줄어든다는 것은, 인간의 선택을 AI가 대신함으로써 고민을 줄여준다는 뜻이다. 이는 소비의 주도권이 ‘검색하는 인간’에서 ‘제안하는 AI’로 넘어가는 구조적 전환이다.
필코노미
오늘 기분이 안 좋아서 빵을 샀어
과거, 감정이란 자기도 어쩔 수 없이 자연스럽게 발생하고, 개인이 감내해야 하는 주관적인 영역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제 현대인들은 자신의 기분을 마치 하나의 프로젝트처럼 관리 대상으로 여긴다. 이에 따라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었던 기분을 판별하고 유지하며 전환하는 분야가 앞으로 경제를 이끄는 한 축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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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다룬 AI 보편화에 따른 효과 두가지를 간단하게 소개해보았어요. 하나의 트렌드가 확산되면 그 반대편의 문화가 함께 부상하는 건 낯설지 않은 현상인데요. 책을 읽으며 인류가 처음 맞이하는 AI 시대가 앞으로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더욱 궁금해졌어요. 긍정적인 변화가 기대되는 동시에, 미처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필히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되고요.
분명한 건 어떤 변화든 우리 생각보다 더욱 빠르게 찾아올 거란 거예요. 이미 우리의 일상 곳곳에 스며든 이 기술에 대해 다양한 공론의 장이 열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야만 우리가 AI 리터러시를 갖추고 기술을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트렌드 코리아 2026>은 꼭 한 번 읽어볼 만한 것 같아요.
- 에디터 영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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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남은 스물다섯 번의 계절 슈테판 셰퍼, 서삼독
소설/독일소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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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처없이 숲속을 터덜터덜 걸으면서 며칠 전 읽은 글을 떠올렸다. 그 글은 지친 사람의 뇌에서는 생각이 늘 같은 경로를 맴도는데, 그 악순환을 떄야 한다고 했다. 그러므로 가끔은 반드시 뭔가 특별한 일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 내게 남은 스물다섯 번의 계절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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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북플러님에게 남은 계절이 스물다섯 번이라면, 오늘을 어떻게 살아가고 싶으신가요? 삶의 속도와 깊이를 돌아보게 하는 잔잔한 소설, <내게 남은 스물다섯 번의 계절>을 소개해 드려요.
주인공 '나'는 아이들의 아버지이자 회사원으로, 일과 책임,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는 전형적인 현대인이에요. 늘 다음 목표를 향해 달리지만 정작 삶의 의미를 흐릿해져 가고 자신을 잃어버렸다는 감정을 느끼죠. 그렇게 도시에서 시간에 쫓기던 어느 날, 그는 언제나처럼 휴가철을 맞이해 자신의 시골 별장을 찾고, 그곳에서 자유롭고 느긋한 농부 '카를'을 만나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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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은 단순한 일상에서도 만족과 평화를 느끼는 인물이에요. 그는 인생의 질이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경험의 밀도에 달려있다는 것을 인식하며 살아갑니다. 이 책은 그렇게 늘 무언가 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던 주인공이 카를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통해 조금씩 변해가는 과정을 그렸는데요. 카를과 함께하는 시간에는 스마트폰도, 회의도, 효율성도 없지만 그 대신 충만함이 있었죠.
그 일상에서 주인공은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느끼는 것이야말로 삶을 깊이 살아가는 첫걸음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작가는 농부 카를의 입을 빌려 잠시 멈추었을 때 들을 수 있는 삶의 소리, 그 속에 숨겨진 진짜 행복을 이야기하죠. 우리의 인생은 언젠가는 끝나지만, 그 안의 계절 하나하나를 깊이 누릴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다는 것. 그래서 이 소설은 남은 시간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라는 단순하면서도 본질적인 진리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읽고 나서 책 속 한 구절이 유난히 오래 남았어요.
"그냥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걸 왜 스스로에게 더 자주 허락하지 않았을까? 왜 살면서 더 이상 모험을 하려 하지 않았을까? 그랬다고 무슨 나쁜 일이 일어났으랴?"
해야 하는 일이 쏟아지는 일상을 보내는 만큼,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에 마음을 두는 시간을 충실히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에게는 바쁜 일상 속 잠시 숨을 고르게 하는 브레이크 같았던 이 책이 북플러님에게도 마음에 조용한 쉼을 줄 수 있는 책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추천해요.
- 에디터 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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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속의 시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아르헨티나 시인)
내가 인생을 다시 한번 살 수 있다면, 다음 생에서는 실수를 더 많이 하고 싶다. 더는 완벽해지려고 하지 않고, 더 느긋하게 지낼 것이다.
지금까지보다 조금 더 정신 나간 상태로, 많은 일을 심각하지 않게 여길 것이다. 그다지 건강하게만 살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더 많은 모험을 하고, 더 많은 여행을 하고, 더 많은 해넘이를 바라보고, 산에 더 많이 오르고, 강을 더 자주 헤엄칠 것이다.
나는 매 순간을 낭비 없이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똑똑한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었다. 물론 즐거운 순간도 있었지만,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순간의 아름다움을 더 많이 누리고 싶다. 삶이 오로지 이런 순간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당신이 아직 모른다면 지금 이 말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다시 한 번 살 수 있다면 나는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맨발로 다닐 것이다. 생이 아직 남아 있다면 아이들과 더 많이 놀 것이다.
하지만 보라. 나는 이제 85세고, 곧 죽으리라는 걸 알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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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예술 작품에는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힘이 있다. 그것을 해석함으로써 우리는 작품을 다루기 쉬운 것으로 만든다. 그러나 우리가 할 일은 작품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 해석에 반하여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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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플러들의 반응이 뜨거웠던 수전 손택의 < 여자에 관하여>에 이튼 수전 손택의 또 다른 에세이집 <해석에 반하여>예요. ( 여자에 관하여>를 쓴 란란의 글은 여기서 읽을 수 있어요✨)
1933년 뉴욕에서 태어난 수전 손택은 기념비적인 인물로 평가받는 20세기 최고의 에세이 작가이자 소설가, 사상가예요. 나노 단위의 해석이 이루어졌던 당대 예술 비평의 흐름에 반하여 반해석적이고 반형식주의 입장을 주장하는 인물이기도 했죠.
그녀의 첫 번째 에세이집인 이 책은 현대 예술 비평론과 감상론의 본질에 대한 깊은 사색과 논쟁을 담아낸 책으로 당시 초판 8000부가 금세 동났을 정도였어요. 지금까지도 출간 이후 전 세계에서 한 번도 절판된 적 없는 현대 인문비평의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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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비평에 대한 에디터의 주관적인 의견이 들어간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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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에 반하여_
내용이라는 개념이 지나치게 강조되다 보니 해석은 영원히 완결되지 않는 한없는 프로젝트가 된다.
20세기 말 미국에서는 추상주의, 팝아트 등 새로운 형식의 현대 미술이 등장했어요. 인상주의 등 전통 미술이 명확한 메시지 전달을 중시했던 것과 다르게 관객에게 해석을 강요하거나, '작품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따라왔죠. 하지만 여전히 비평론은 작품의 형식을 해체하고, 내용을 파헤치는 방식이 지배적이었어요. 권위자의 해석이 이 작품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는 거죠.
예술을 향유할 때, 이 작품을 통해서 나의 생각을 확장하고 깨달음을 얻어야겠다는 부담감을 내려놓기는 어려워요. 예술 작품 (책, 그림, 시 등 다양한 형태의 예술)을 마주할 때, 우리는 작품의 형식, 내용, 효용이나 가치에 대해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개인적인 느낌과 감상보다 작품의 가치를 이념이나 사회적 관점에서 해석하려는 시도가 앞서게 되죠.
저 역시 '이 작품은 정치 상황의 영향을 받아서 작가가 이런 관점을 넣은 건가? 이 배경은 고위층과 시민의 대립을 상징하는 건가?' 등의 질문들을 하면서 예술 작품의 한 면 한 면을 분해하고, 정의 내리게 되면서 그 작품이 우리에게 주었던 감각이 뒤로 밀리는 경험을 한 적이 많아요. 손택은 이러한 예술 비평과 해석을 경계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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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성애학_
지금 중요한 것은 감각을 회복하는 것이다.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느끼는 법을 배워야 한다. 우리가 할 일은 예술 작품에서 내용을 최대한 찾아내는 게 아니며, 실제로 있는 것 이상의 내용을 작품에서 짜내는 것은 더더군다나 아니다. 우리가 할 일은 내용에 대한 관심을 줄여 작품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그렇지만 손택이 작품을 더 이해하려는 노력으로서의 해석 행위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에요. 작품을 더 잘 이해하고, 새로운 의미나 더 깊은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해석은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해요. 다만 감상이 세계의 틀에 가두어지는 현상을 경계한 거죠. '해석 자체를 거부한다기보다, 해석에만 몰두한 태도를 비판했어요. 결국 그녀는 예술이 무언가를 상징하는 '언어' 안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있는 그대로 감각적으로 느끼는 형태를 이상적으로 여겼죠.
우리는 흔히 연인에게 이런 (답이 정해진) 질문을 하곤 하죠. "너는 나를 왜 사랑해?" 그리고 본능적으로 이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그냥, 그냥 너라서 좋아."란 말을 듣고 싶어 해요. 사랑의 이유를 세세하게 분석하는 것에 대해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끼는 건 그 이유를 구성하는 특정한 부분이 사라지면 상대에게 나의 존재가 무가치하다고 느껴질까 봐서가 아닐까요. 수전 손택은 이렇게 본연의 상태 그대로 사랑받고 싶어 하는 인간의 성애학적 본능을 예술 작품에도 적용하라고 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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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해석을 찾아서_
책을 읽고도, 미술관이나 영화관에 가서도 내 느낌을 말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뭔가 틀린 것을 말할까 봐. '평론가들은 뭐라고 했을까' 궁금해하던 소극적인 감상자에게 손택은 가르쳐주었다. 중요한 건 권위 있는 해석이 아니라 '오늘,바로 나와 당신이, 어떤 작품을 즐기고, 공감하고, 이야야기하는' 순간의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 정여울 추천사 中-
특히 <해석에 반하여>가 저에게 큰 울림을 주었던 것은 북플래터를 만들며 제가 하던 고민과도 일맥상통하기 때문이에요. 독서 후의 제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기 보다는 책 서평을 먼저 찾아보며 내 생각이 틀린 건 아닌지 검열한 적이 많았으니까요. 특히 문학 작품에 대한 글은 더 어려울 때가 많아요. 작가의 숨은 뜻을 해석하지 못한 것 같아 고민했었는데, 손탁의 말에 따르면 사실 제가 소설을 읽고 어떻게 느꼈는지를 잘 표현하는 게 더 중요했던 거죠. 20세기 말 사회에 영향을 준 그녀의 글이 지금의 저에게도 큰 울림을 주는 걸 보면 그 당시 여성 평론가로 기존 체제를 뒤엎는 의견을 내는 시도가 얼마나 혁신적이었는지 다시 한번 느끼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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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해석에 반하여> 뿐만 아니라 2019년 멧 갈라의 주제가 된 <'캠프'에 대한 노트>부터 <카뮈의 작가 수첩>등 다양한 장르와 주제를 넘나들며 지식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26개의 에세이가 담겨있어요. 특히 <캠프에 대한 노트>는 할리우드 스타들이 기괴하리만큼 과장된 패션으로 등장한 19년 멧 갈라 영상을 함께 보며 읽는 것을 꼭 추천드려요. (가볍게 읽고 싶다면 보그 코리아의 이 기사를 추천드려요!) 한번에 이해하기는 어려운 개념이지만 그녀가 추구하는 ' 내가 정의내리는 나만의 감각 표출'이 어떤 건지 한번에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특히 홍한별 번역가의 섬세한 해석과 감각적인 문체로 손택의 결을 충실히 되살린 이번 한국어판을 통해서 예술에 대한 사유를 함께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마무리할게요✨
-에디터 봉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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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platter.lett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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