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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여 안녕 프랑수아즈 사강, 아르테
프랑스 문학/소설/감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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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줄곧 떠나지 않는 갑갑함과 아릿함, 이 낯선 감정에 나는 망설이다가 슬픔이라는 아름답고도 묵직한 이름을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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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즈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 은 그 제목부터 독특한데요. 이 소설은 18살 소녀 세실의 시선으로 기록되고 있어요.
특히나 슬픔이여 안녕은 프랑스 문학, 또 '사강' 답게 독특한 매력이 느껴졌는데요. 아버지와 아버지의 여자친구와 함께 여름 휴가를 떠나는 설정부터 이런것 까지 쓸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아주 내밀하고 솔직한 심리묘사가 두드러지는 작품이에요.
실제로 <슬픔이여 안녕>의 원제는 Bonjour Tristesse 로 우리가 아는 그 봉쥬르! 🙋슬픔을 맞이하며 인사하는 안녕의 뜻이 맞답니다. 제목에 비추어봤을 때 전체적인 소설의 내용은 결국 행복만 알던 18살 소녀가 🌈🔮슬픔같은 다채로운 감정을 알게 되면서 내적 성장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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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난 좀 취해 있었고 내게는 침묵해야할, 행복해야 할 이유들이 있었다. 안의 향수 냄새, 머리카락 속으로 스며드는 바닷바람, 우리가 사랑을 나누는 동안 시릴이 내 어깨에 내놓은 작은 상처 같은 것들이. 나는 잠이 오기 시작했다.
- 슬픔이여 안녕 中
세실은 아버지의 여자친구인 안을 만나면서 가장 큰 혼란을 겪어요. 안은 세실과는 너무나도 다른 사람이었거든요. 안을 만나기 전에 세실의 행복은 오로지 자기만 생각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슬픔은 자신과 너무 다른 안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만나면서 느끼는, 이전에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그런 감정이죠. 그 사이에서 세실은 본래 자기의 자유로운 모습을 지키고 싶어 하지만 막상 끝없이 자유로운 모습의 사람들을 보면 짜증스러워하고, 스스로를 미워하면서도 사랑하는 마음을 함께 느끼곤 해요.😯
이렇듯 그녀는 행복과 슬픔이 함께하는 모순의 감정을 겪고 나서 비로소 담담하게 스스로에게 '슬픔이여 안녕' 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되는데요! 맨 마지막 문장이 이렇게 끝나서 여운이 많이 남았어요. 요즘같이 흐린 날과 맑은 날이 반복되는 멜랑콜리한 날씨에 더없이 푹 빠져 읽기 좋은 소설이랍니다. ☔
- 에디터 쏘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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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향기 한병철, 문학과 지성사
에세이/시간/철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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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시간에 향기를 불어넣는다. 반면 점-시간은 향기가 없는 시간이다.
시간은 지속성을 지닐 때, 서사적 긴장이나 심층적 긴장을 획득할 때, 깊이와 넓이를, 즉 공간을 확보할 때 향기를 내기 시작한다.
- 시간의 향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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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이렇게 시간에 쫓기며 살까요?
시간이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저는 한병철 교수의 책 <시간의 향기>를 읽고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는데요. 이 책은 현대인에게 시간이 어떤 의미인지 분석하며, 진정한 안식을 모르는 현대인을 위한 성찰을 다뤄요.
저자는 현대인이 지향점이 없는 웹공간을 부유⛵하듯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해요. 진정한 안식을 누리기 위해서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끊임없이 성찰하며 주도적으로 삶의 길을 만들어야 해요.
하지만 분주한 현대인들은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 몰입하기보다는 시간을 단축해야 할 장애물쯤으로 여기며, 수많은 정보를 우왕좌왕 과식하니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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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땐 하이데거의 시간 전략을 써보는 것도 도움이 돼요. 하이데거의 시간 전략은 ‘시간이 없어’❌를 ‘나는 시간이 늘 있어’⭕로 전환하는 것인데요. 목표지점에 방점을 찍기보다는 목표를 향해 가는 그 시간적 간격에서 머무름에 집중하는 거예요. 염려하기보다는 가능성을 열어 시간에 대한 주권을 되찾는 거죠.
저는 이 책을 읽고 내가 보낸 시간이 향기🌸를 품고 있기를 바라게 되었어요. 저자는 충분한 성찰과 머무름을 거친 시간은 그 사람 고유의 향기를 지니고 있다고 말하는데요. 급하게 지나가 버린 시간에는 향기가 자리 잡을 여유가 없지만, 흠뻑 몰입하며 지나온 시간에는 나만의 서사가 만들어져 그 서사에 향이 남게 된다고 표현해요.
지금껏 남들보다 뒤처지고 싶지 않다는 압박감에 남들이 하는 경험이라면 다 해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시간이 지난 뒤 돌아보면 그 경험들의 연결점을 찾기가 쉽지 않았죠. 그래서인지 나를 소개하기 위해 지나온 인생을 이야기할 때면 작위적인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어요. 마치 점과 점을 억지로 이어 붙인 듯했달까요?
앞으로는 시간에 쫓기듯 살기보다는 잠깐 멈춰서 내 안의 울림에 귀 기울이며 이를 성실하게 따라가고자 해요. 그러다 보면 제 지난 시간에도 향기가 느껴지려나요?
- 에디터 초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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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그는 감수성이 예민하고 위험한 소년 시절에 매일 밤늦게까지 공부를 해야만 했던가? 왜 라틴어 학교 시절 그를 친구들에게서 떨어뜨려놓았던가? 왜 시험이 끝나고 나서도 마땅히 누려야 할 휴식조차 허락하지 않았던가?
- 수레바퀴 아래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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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 소설에는 '누구보다 총명하고 신비로우며, 또래와는 다르게 성숙한 인물' 이 자주 등장해요. 데미안, 싯다르타, 그리고 이 책 <수레바퀴 아래서>의 주인공 한스 또한 그러한데요. 아마 그건 헤세가 실제로 그러한 사람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수레바퀴 아래서는 특히 자전적 성격이 강한 소설이에요. 헤세는 장학생으로 신학교에 입학하지만 압박감을 이기지 못해 학교를 뛰쳐나오고 그 후 만성 두통과 우울증에 시달렸는데요. 책의 주인공, 한스도 마찬가지예요. 헤세의 일생을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죠.
총명한 한스는 아버지는 물론 선생님, 목사, 마을 어른들 모두로부터 신학교 장학생이 되어 마을을 빛낼 거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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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에 부응하기 위해 한스는 공부에만 전념해요. 친구를 사귀지도 않고, 좋아하던 낚시와 수영도 포기하죠. 공부 외의 것은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것처럼요. 신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도 상황은 마찬가지고, 결국 신경쇠약증까지 걸리게 돼요.
학교와 아버지와 몇몇 교사의 잔인한 명예욕이 숨김없이 드러낸 상처 받기 쉬운 영혼을 가차 없이 짓밟아 나약하고 아름다운 소년을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게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 수레바퀴 아래서 中
그러한 압박감을 잘 견뎌내는 이도 물론 있겠지만, 한스는 타인보다 섬세한 영혼을 지닌 아이였어요. 감수성이 높고, 그저 자연을 느끼며 단순하게 사는 것이 행복한 그런 아이요. 하지만 한스에게는 감성을 키울 수 있는 사소한 여유조차 허락되지 않았어요. 어른들의 압박과 기대, 그에서 비롯되는 경쟁, 잃어버린 우정 등 모든 것이 한스를 계속해서 짓눌러요. ‘수레바퀴 아래’ 깔린 것처럼요.
한스가 안쓰러운 동시에 저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됐어요. 지금 이 순간 한스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을 많은 이들을 안아주고 싶은 마음도 들었고요. 입시를 비롯해 무언가를 미친 듯이 준비하며 그 과정에서 압박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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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세계 책의 날을 맞아 뉴스레터 채널 스티비의 스요레터에 북플래터가 소개되었어요💟 (스요레터를 통해 북플래터를 구독한 뉴비-북플러들도 이번 레터를 읽고 있으시겠죠? 만나서 반가워요🐥)
함께 소개된 레터 중 「썬데이 파더스 클럽」이라는 타이틀의 뉴스레터가 제 시선을 끌었는데요. 매주 일요일, 옆집 아빠가 보내는 육아 일기의 부제를 가진 이 레터는 약 일주일 전 그동안의 이야기를 모아 에세이로 발간되기도 했어요. 주 양육자로서 아빠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공유한 그동안의 콘텐츠가 책의 원고가 된 거죠.
온라인 콘텐츠를 실체가 있는 물건📚으로 변화시키다니, 이야기가 가지는 새로운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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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북플러 북플러💓 북플래터가 2주 간의 짧은 봄방학을 마치고 돌아왔어요. 어느덧 행복 가득한 5월의 첫 시작이네요. 앞으로도 더 풍성해진 북플래터 기대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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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platter.lett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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