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껏 골라 먹는 북플래터🍽️
시선이 머무는 책으로
북플러님만의 북플래터를 만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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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꽃의 깊은 향은 맡지 못한 채 겉모습만 보고 예쁘다고 얘기하는 것처럼, 모네의 그림에서 파스텔톤의 아름다운 색만 보는 것은 한쪽으로 기울어진 저울만 같다. 균형을 맞추어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작품과 그 너머에 있는 예술가의 이야기를 함께 보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작품에 가려져 미처 몰랐던 모네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그가 머물렀던 곳을 따라 여행해보고자 했다.
- 모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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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미술관이나 미술사 도서들을 주로 다뤘다면, 오늘은 화가 한 명의 삶을 구석구석 따라가는 책을 소개하려 해요. 인상주의 대표 화가 모네의 생애와 작품을 다룬 <모네>예요.
저자는 시대별 모네 그림을 감상하기 위해 직접 그의 발자취를 쫒는 여행을 떠나는데요. 모네 대표작들 배경 장소 방문기, 작품 감상과 해석, 작품 제작 당시 시대적 배경 설명 등이 주를 이뤄요. 모네가 머물던 장소들을 저자가 연대순으로 밟아보며 그 후기를 생생히 전하는 책이기에, 모네 투어에 참여한 여행객이 되었다고 상상하고 몰입하며 읽을 수 있었어요.
인상, 해돋이(🧀인상파라는 이름의 기원이 된 그림이라고 해요.) 파라솔을 든 여인, 수련 연못 등. 한번쯤 봤을 법한 그림들이지만 ‘그 그림을 그렸을 당시 n살의 모네’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이 책은 그림 속 이야기를 다루는 데에 그치지 않고, 모네라는 한 화가의 생애를 추적해 그의 예술 세계 전반을 이해하도록 돕는다는 점이 매력적이에요. 그래서인지 잘 안다고 생각했던 화가인데도 읽으면서 새롭게 느낀 부분이 많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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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모네의 작품에서 보이는 아름다운 색 이면에는 그의 치열한 예술적 고민이 담겨 있다. 모네가 처음 빛을 담은 그림을 발표했을 때 그것은 아름답지 않은 그림, 심지어는 그림이 아닌 것으로 비판을 받았다. 그의 작품이 당시 만연해 있던 회화에 대한 통념과 선입견을 깨버렸기 때문이다.
- 모네 中
지금은 수많은 이들이 찾는 모네의 그림이 그림이 아닌 것이라는 혹평을 받을 때도 있었대요. 모네는 고전적인 미술만 추구하던 당시 파리 주류 미술계를 인정하지 않고 본인만의 화풍을 발전시키며 투쟁했다는데요. 성공한 예술가로 평가받는 그에게도 이런 정도의 시련이 있었다는 것이 놀라웠고, 평범하게만 느껴졌던 그림 속 아름다움에서 치열함과 고집이 보이는 듯 했어요. 지금은 지극히 아름답다고 평가받는 많은 것들이 어쩌면 과거에는 거부당하는 혁신이었겠죠. (더 자세한 모네만의 인생 위기 탈출 방법이 궁금하다면 책을 읽어보시길😎)
관심있는 화가가 있다면, 그림 감상을 넘어서서 화가가 살던 당시의 사회 및 경제적 환경까지 구석구석 파악해보는 것도 의미있을 것 같아요. 화가 개인의 삶, 작품 해설, 시대적 배경까지 세 마리 토끼를 잡는 이 책으로 북플러님만의 모네 여행을 떠나보기를 추천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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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이 된 여행, 여행이 된 책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는 전문가 100인이 세계적 거장의 발자취를 따라 154개 도시로 인문기행을 떠나는 프로젝트라고 해요. 저자가 직접 떠난 여행 이야기를 담은 책이자, 독자에게는 독서 자체로 여행이 되는 시리즈랍니다. 문학, 철학, 예술, 과학을 아우른 이 시리즈로 북플러님만의 거장을 찾아보는 건 어때요?👀
- 에디터 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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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쥘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꼼짝하지 않고 그녀 옆에 앉아 있는 그의 양손은 날카롭게 줄이 선 바지주름 위에 얹혀 있었다. (…) 그녀가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 그 자궁 속 삼십 분을 보내는 동안, 그는 죽었다. 여전히 자신의 할 일을 다해놓고서.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커피를 올려놓은 채.
- 쥘과의 하루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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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온 어느 날 아침, 알리스는 평소와 같이 남편이 내려둔 커피 향을 느끼며 아침을 맞아요. 잠시 아침의 여유를 만끽한 뒤, 소파에 앉아 있는 남편에게 말을 걸며 다가간 그녀는 곧 발견해요. 50년이 넘게 결혼생활을 함께 해온 남편 쥘이 죽었다는 것을.
나와 같은 인생을 살았던, 곧 나의 인생이었던 사람을 떠나보내는 상상을 해본 적 있나요? 그 상실감와 허무가 얼마나 클 지 저는 가늠이 되지 않아요. 죽음은 언제나 갑자기 찾아오기 마련이니, 아무리 자연스러운 죽음이라도 금방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겠죠.
죽어있는 남편을 발견한 알리스는 다른 가족들에게 남편의 부고를 어떻게 알려야 하나, 장례를 어떻게 치뤄야 하나 등등 여러 고민을 하던 끝에, 그와 단 하루를 더 보내기로 해요. 복잡하고 정신없는 것들에 신경쓰기 전, 온갖 희노애락을 함께 한 남편과 단둘이 작별할 수 있는 온전한 하루를 가지기로 한 것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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쥘은 하루 동안 그녀에게 흘러들었다. 잊혀서는 안될 모든 것, 좋을 때나 나쁠 때나 그들 둘을 하나로 묶어 주었던 것들을 그녀는 내면 가장 깊은 곳에 저장했다.
알리스는 평화로운 모습으로 앉아 있는 쥘에게 함께 한 인생의 파노라마를 이야기해요. 가장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기억, 애써 묻어둔 슬픔과 삭여왔던 감정까지. 신기하게도 이야기를 할수록 더 많은 기억이 떠오르죠. 미처 못다한 말을 전하며 쥘과의 삶을 정리하고 서서히 그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책에 묘사되는데요. 두 사람의 가장 사적인 기억까지 읽으며 알리스의 깊고 복잡한 상실감에 점점 공감이 되었어요.
'죽은 사람과 아무렇지 않게 하루를 산다고?' 조금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시작이 인상적이라 읽게 된 책. 쥘과의 하루가 지나도 쥘 없는 알리스의 삶은 계속 흘러가겠죠. 가장 소중했던 이를 제대로 떠나보내는 작별의 절차라고 이해하니 이 하루가 정말 슬프게 느껴졌어요. 우리 모두 언젠가는 경험하게 될 (또는 이미 경험했을)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어떻게 제대로 겪어낼 수 있을까요? 책을 읽으며 한번쯤 생각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오십여년 동안 혼자 삭여왔던 이야기를 쥘에게 모두 털어놓을 수 있을 것이다. 그를 증오했다는 것, 그리고 사랑했다는 것. 가끔은 도망치고 싶었다는 것, 하지만 도망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것. 자유롭고 싶었다는 것, 그러나 자신이 속속들이 그에게 묶여 있음을 느꼈다는 것. 일상이라는 이름에 묻혀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그들은 손을 맞잡고 서로를 용서할 것이다.
- 쥘과의 하루 中
- 에디터 영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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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플레이스는 감상자에게 목적 없는 목적지다. 실제로 보고 몸소 경험할 때 발생하는 마찰을 누그러뜨리는, 매끈한 평면 공간.
그러나 장소보다는 볼'거리'로 지나가는 일시적 공간이다.
- 콘텐츠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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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게 떠오르세요? 제 생각의 흐름은 이러해요 : 태어난 김에 세계 일주, 북플래터, 유튜브, 각종 밈과 도서관. 이외에도 책 소개를 대체할 만큼 많은 양의 콘텐츠가 떠올라요. 하지만 정작 콘텐츠가 뭐야? 라는 질문에는 정확히 대답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철학에서 미학, 인류학, 사회학, 법학, 문학, 언론학, 과학기술학까지 콘텐츠에 관한 열 편의 글이 담긴 인문잡지 <한편>의 <콘텐츠>에서는 밈, 귀여움, 온라인 법정 등의 소재로 우리가 이야기하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해요. 특히 그 중에서도 '핫플'을 다룬 미술비평가 콘노 유키의 「핫플레이스의 온도」가 인상적이었어요.
북플러님이 가장 최근에 갔던 핫플은 어딘가요? 저는 서울시립미술관의 [에드워드 호퍼 전]에 다녀왔어요. 입구부터 엄청난 인파의 열기가 느껴지는 미술관은 내부에도 사람으로 꽉꽉 찬 그야말로 핫플 그 자체였어요. 전시관 내부도 사람들로 가득 차 모두가 한 줄로 서서 작품을 구경해야 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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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플레이스는 감상자에게 목적 없는 목적지다. 실제로 보고 몸소 경험할 때 발생하는 마찰을 누그러뜨리는, 매끈한 평면 공간.
그러나 장소보다는 볼'거리'로 지나가는 일시적 공간이다.
- 콘텐츠 中
사실 저는 미술관을 즐기는 사람은 아니에요🙄 몇몇 좋아하는 화가가 있긴 하지만, 저는 몸으로 느끼고 움직일 수 있는 음악이나 운동을 더 좋아해요. 그래서인지 전시장에서도 작품을 온전히 즐기기보다는 인파에 치여 피곤하다는 마음이 앞섰어요. 알고보면 작품이 궁금했던 마음보다 작가의 한국 첫 개인전이라는 이유로, 인스타그램에서 핫하다는 이유로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던 마음이 더 컸던 거죠.
이러한 경험을 떠올리며 '핫플 = 신기한 것과 평범한 것이 평평해지는 곳' 이라는 작가의 설명에 더 공감할 수 있었어요. 한국 땅을 처음 밟은 유명 화가의 그림이나, 평범한 성수동 골목길도 제 인스타그램 사진 속에서는 모두 평평해지는 거죠.
핫플 외에도 귀여움에 대한 소비, 개인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 생산 등 콘텐츠에 둘러싸인 우리 모두가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는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어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조차 '콘텐츠'라는 개념을 저마다 다르게 정의하는데요. 결국 콘텐츠 시장에는 정답이 없고, 모두가 만들어 내는 관념적인 결과물의 총체가 '콘텐츠'라는 생각도 들어요. 북플러님이 생각하는 콘텐츠는 어떤 모습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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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가 첫 공식 전시 <생각 지상주의자들의 요람>을 개최했어요. 예스 24의 24주년 기념 캠페인 ‘읽는 당신에게, 상상의 우주를’의 연장선으로, 상상의 세계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기획된 전시에요.
비주얼 아티스트, 포토그래퍼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책을 해석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어요. 예스24의 이북 리더기 ‘크레마’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고 하는데요. 성수동 에스팩토리에서 16일까지 진행된다고 하니 서둘러보세요🏃
기간 2023/07/03(월) ~ 2023/07/16(일)
장소 성수 에스팩토리 D동
관림 시간 오후 12시 ~ 오후9시
티켓 가격 2,4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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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platter.lett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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