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껏 골라 먹는 북플래터🍽️
시선이 머무는 책으로
북플러님만의 북플래터를 만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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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키우는 동안 생각 너무 많이 하지 말고 그냥 버티면서 커리어 지켜."
- 돌보는 마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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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야기는 누군가를 돌보는 마음에서 생기는 부담감과 슬픔, 서러움과 원망이 섞인 쌉싸름한 단편 소설집이에요.
이 책은 여자가 더 힘들다니, 남자가 더 힘들다니를 비율로 따져 한 측에 책임을 물려는 책은 아니에요. 외려 ‘돌봄’이라는 행위가 촉발하는 원초적인 부담감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죠. 전통적으로 가족을 돌봐야 했던 어머니상을 거쳐, 직장 생활과 나라는 주체 - 전통적인 여성의 돌봄 노동을 물려받은 현대의 여성, 또 그 여성상을 탈피하고자 하는 우리 시대의 여성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가정 내에서 돌봄을 담당하는 주체가 된다는 것은 이전에는 겪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갱신하는 과정과도 같아요. 타인과의 결합은 새로운 가족을 만들고, 그에게 딸려있던 수많은 관계가 나의 관계로 편입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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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安)>에서 윤미는 공과 미래를 약속해요. 매주 새로운 영화를 보러 독립 영화관으로 출근 도장을 찍던 부부의 주말은 시댁 어른들의 호출로 변하게 되고, 점차 횟수가 잦아지며 둘의 사이는 급격하게 악화하죠. 회사 일을 핑계로 주말에 시댁에 가지 않는 날이 반복되던 어느날, 결국 공은 윤미에게 일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사는 것을 제안해요. 커리어를 포기하고 전통적인 가정주부의 삶을 살라는 압박이었죠.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윤미를 키워준 큰이모의 이야기에요. 윤미의 이모는 남편과 시댁 어른에게 순종적이고, 새벽같이 일어나서 집안일을 하고, 자녀들과 심지어 조카까지도 훌륭하게 키워내는 며느리였죠. 그런 이모에게 윤미가 이혼 결심을 고백했을 때, 이모는 이렇게 말하죠. “미야. 큰엄마 말 들어라. 나 하나 불편하면 모두가 편하고 웃게 된다. 결혼해서 여자는 그런 마음으로 살면 되는 거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것 같지만 다 안다. 다른 사람들이 안 알아주면 부처님이라도 알아주신다.”
소설 말미에서 윤미는 결국 이혼을 택하고, 큰이모는 지병으로 돌아가시게 돼요. 큰 사랑으로 키운 조카딸에게도 '전통적인 며느리의 역할'을 가르치려는 모습과, 평생 남을 돌보며 살아왔지만 정작 자신은 돌봄을 받지 못하는 이모의 모습에서 진정으로 돌봐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죠.
최은미 소설가는 서평에서 돌봄이 가지는 이중적인 성격에 대해 말해요: 애정과 그만큼의 분노가 함께 축적된 외로움. 가까운 이의 노동에 기대어 잠들어 본 적이 있다면 지금까지 나를 돌보기 위해 노력했던 누군가의 외로움이 떠오르게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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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친절한 경제상식 토리텔러, 미래의창
시사/경제교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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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경제 기사를 보고 다가올 미래에 어떤 가능성을 발견할지, 어떤 어려움을 맞이하게 될지 예측할 수 있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으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경제 뉴스를 보거나 경제 기사를 읽을 때는 정확한 분석이나 정교한 해석도 중요하지만, ‘니의 판단’과 ‘나의 가치관’이 더 중요하다.
- 세상 친절한 경제상식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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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플러님은 뉴스를 얼마나 자주 읽는 편인가요? 부끄럽지만 고백하자면 저는 뉴스를 챙겨본 적이 거의 없었는데요😓 세상의 흐름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각종 언론사 어플도 깔고 구독도 했지만, 무용지물이더라고요. 유튜브 쇼츠, OTT 서비스 속 시리즈 등 더 큰 도파민을 찾게 되고 뉴스 읽기는 뒷전이 되는 거죠. 특히 경제 기사는 실생활과 연관되어 있어 더 적극적으로 읽고 싶었는데, 어렵고 딱딱해 보인다는 이유로 어떻게 쉽게 읽을지 고민이었어요.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경제 기사 읽는 법을 찾다가 도움받은 책이 있어 소개해 드려요. <세상 친절한 경제상식>은 경제 기사 읽기를 위한 기본 개념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책이에요. 뉴스 헤드라인이라도 읽으며 흐름을 파악하고 싶지만 어려워 보여서 머뭇거렸던 북플러 주목! 금리, 전세, 환율, 인플레이션. 한번쯤 들어본 적은 있지만 정확히 어떤 개념인지, 우리 일상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몰랐던 개념을 찬찬히 짚어갈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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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경제 개념에 친근하게 다가간 것도 좋았지만 경제 기사 읽기의 본질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어 의미 있었어요. 경제 기사 속 정보가 무조건 정답인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경제적 선택의 기준과 틀을 세워가는 데에 필요한 도구라는 것이죠. 이를 바탕으로 계속해서 경제적 판단을 보완하며 더 나은 경제생활을 꾸려나갈 수 있는 거고요. 특히 사회 초년생의 경우 미리 경제 기사를 읽으며 자신만의 관점을 갖춰놓는다면 대박까지는 몰라도 최소한 쪽박은 피할 수 있다는 저자의 현실적인 조언이 와닿았어요.
남의 기준이 아닌 나만의 경제적 판단 기준을 세우는 데에 기초가 되는 경제 기사 읽기. 저도 앞으로 더 꾸준히 실천하려 해요. 할 수 있는 것부터 시도해 보라는 저자의 말처럼, 지금의 제가 할 수 있는 건 오늘도 쏟아지는 수많은 경제 기사 중 하나만이라도 관심 갖고 읽어보는 일인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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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서울신문)
아이스크림, 언제 이렇게 비싸졌지?🍦
최근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어 편의점에 갔다가 가격에 깜짝 놀라 발길을 돌렸던 적이 있어요. 통으로 퍼먹는 아이스크림 하나에 기본 만 원 초중반대부터 비싸면 만 원 후반대인 걸 보고 '원래 이렇게 비쌌나?' 싶었죠.
그 이유가 궁금해져 기사를 읽어보니, 아이스크림 물가는 지난 10월 상승률 15.2%를 기록해 경제 위기였던 2009년 4월(26.3%)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였대요. 우유 가격이 치솟으면서 유제품 가격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끼쳤다고 하는데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옥수수 등 사료비가 오르면서 지난해 농가의 우유 생산비가 오른 것이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어요. 낙농진흥회가 협상을 벌이고 정부도 물가 안정을 위해 특별물가안정체계를 운영한다고 하지만, 물가 잡는 게 쉽지 않아 보여요.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에겐 안타까운 소식이 아닐 수 없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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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경제 키워드: '스태그플레이션'
근 몇 달간 경제 기사 헤드라인을 읽다 보면 '스태그플레이션' 키워드가 많이 보이더라고요. 경제 침체(stagnation)와 물가 상승(inflation)이 합쳐진 단어로, 말 그대로 경제 침체(실업률)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일어나는 상황을 말해요.
물가↑ ➡️ 수요↑ ➡️ 생산↑ ➡️ 실업률↓
보통은 물가가 상승하면 실업률이 줄고 경기가 좋아져요. 그렇지만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물가 상승과 실업률 증가가 동시에 일어나니, 둘 다 해결하기가 힘든 상황인 거죠.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으로 인한 유가 등 핵심 비용의 급격한 상승이 생산과 소비를 모두 위축시키기 때문이에요. 이런 스태그플레이션을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술 혁신을 통해 원가(=비용)를 낮추면서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이라고 해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뉴스 헤드라인을 훑어보다 보면 '공포', '우려', '늪', '덫' 같은 단어들이 눈에 들어오는데요. <세상 친절한 경제상식> 저자의 말에 따르면 경제 기사는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한쪽 관점을 부풀리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기사를 읽을 때 공포 조장인지 정말 도움되는 정보인지 판별하는 태도가 필요할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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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최은영, 문학동네
한국문학/소설/관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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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빛, 그런 빛을 좇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나는 그 빛을 다른 사람이 아닌 그녀에게서 보고 싶었다.
-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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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 <밝은 밤>까지. 이미 이 소설들 중 하나라도 애호하는 북플러가 있을 것 같은데요. 최은영 작가는 한국문학! 하면 떠오르는 작가 중에 한 명이에요. 특히 인물의 감정과 상처를 섬세하면서도 무해하게 그려내기 때문에 많은 독자분들이 공감하고 사랑하는 게 아닐까 싶은데요.
7개의 단편 소설들로 구성된 이번 신작,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는 대부분의 소설이 겨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요. 특히 이 소설집은 최은영 작가만의 매력인 섬세한 감정묘사가 겨울의 희미한 입김처럼 소설의 분위기와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소설에서 중요한 건 '희미함'의 힘이에요. 미묘하게 상처가 되었던 누군가의 눈빛과 말, 그게 아무렇지 않다며 매번 스스로를 속였던 것이 모두 희미하지만 '언제 지금의 결핍이 되어버렸을까' 싶을 만큼 내게 영향을 주고 있었던 거예요. 그렇기에 소설은 현재 내 상처의 원인을 쉽게 알지 못하게 하는 희미함 자체를 가만히 바라보게끔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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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운하다는 감정에는 폭력적인 데가 있었으니까. 넌 내 뜻대로 반응해야 해, 라는 마음. 서운함은 원망보다는 옅고 미움보다는 직접적이지 않지만, 그런 감정들과 아주 가까이 붙어 있었다. 그녀는 다희에게 그런 마음을 품고 싶지 않았다.
이제는 저를 위해 빌지 않아요. 바라는 건 있지만, 누군가에게 빌지는 않아요.
-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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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학교, 직장, 관계에서 잘 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안간힘을 쓰는 인물들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업 시간에 쓴 글을 계속 비판받으며 결국 자신의 생각을 감춰버리는 안전한 글쓰기를 택했고, 정규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겉돌았을 때 끊임없이 자신에게서 잘못을 찾았으며, 함부로 말하는 관계를 겪으며 나를 지키는 방법이 무기력한 침묵이 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맞이해요.
동시에 소설은 희미함이 가진 좋은 빛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답니다. 이 부분이 우리가 희미함을 마주해도 결코 슬퍼질 수 없을 분명한 이유에요. 소설집 속 단편인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에서 누군가는 희원의 글을 날이 서게 비판할 때 "명료하게 자기 생각을 보여주는 글도 있지만, 한쪽으로 비켜서서 응시하는 글도 있다. 어떤 방식이 더 좋은 것인지 분명히 이야기할 수 없다"라며 단순하게 평가해 버리지 않고 세심하게 바라봐 주기를 '선택'한 교수님에게서 위로를 얻게 되는 것처럼요. 이런 걸 보며 작은 눈빛, 세심한 말 같은 것들이 상처가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위로가 되기도 한다는 걸 새삼 느꼈어요.
소설 속 단편마다 '빛'이라는 단어가 계속 나오는데요. 이 단어를 찾으며 소설을 읽어보는 것도 재밌더라구요! 7개 단편들 중에서 북플러님과 가장 관련된 희미함이 어떤 단편 속에 있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조금은 아픈 마음을 발견하게 되더라도 최은영 작가가 만들어놓은 세계 안에서는 무해한 위로를 얻으며 밝은 밤을 그려볼 수도 있을 거예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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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진서림 북아트갤러리에서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연재 90주년 기념 전시, <구보(仇甫)의 구보(九步)>가 10월 13일부터 내년 1월 28일까지 진행돼요.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은 주인공 ‘구보’가 종일 산책을 하고 새벽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오는 하루 동안의 관찰과 상념을 실험적인 문체로 담아낸 작품이에요.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 박태원의 글과 그의 예술적 친구였던 이상의 삽화를 중심으로 구보의 산책 경로를 만나볼 수 있어요. 1930년대 경성을 그려볼 수 있는 구보씨의 산책길, 박태원이 그린 삽화,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단편 영화를 볼 수 있는 내면의 방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소설을 경험해 볼 수 있다고 하는데요.
고전 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북플러에게 추천할게요 !
📍전시 장소
소진서림 북아트갤러리 (서울시 강남구 영동대로 138길 23, 1층)
📍전시 기간
23.10.13~24.01.28
📍전시 시간
화~토 10:00~20:00, 일 10:00~18:00
(월요일 휴관, 전시 종료 30분 전 입장 마감)
📍티켓 가격
5천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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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platter.lett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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