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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 에밀리 브론테, 문학동네
영미문학/소설/고전문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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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애를 사랑하는 건 잘생겼기 때문이 아니야. 그 애가 나보다 더 나 자신이기 때문이야. 그 애의 영혼과 내 영혼이 뭘로 만들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같은 걸로 만들어져 있어. (...) 모든 것이 사라진다 해도 그 애만 있으면 나는 계속 존재하겠지만, 모든 것이 그대로라 해도 그 애가 죽는다면 온 세상이 완전히 낯선 곳이 되어버릴 거야.
- 폭풍의 언덕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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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를 불문하고 읽은 뒤에도 계속 곱씹을 질문거리가 떠오르는 책을 좋아해요. <폭풍의 언덕>을 읽고 오랜만에 딱 그런 감정을 느껴 얼른 북플러님에게 소개할 생각에 설레었어요! 😌
에밀리 브론테의 유일한 장편소설 <폭풍의 언덕>은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멜빌의 <모비 딕>과 함께 영문학 3대 비극으로 꼽히는 고전문학 작품이에요. (유명한 소설인만큼 이미 책이 익숙한 북플러도 많을 거라 생각해요🧐)
소설은 '폭풍의 언덕'에 살고 있는 언쇼 가문의 캐서린 언쇼와 고아 히스클리프가 만나며 시작해요. 둘은 서로의 비슷한 모습에 끌려 사랑에 빠지지만 신분의 차이 때문에 결혼하지 못해요. 신분의 차이와 진정한 사랑 사이 고민하던 캐서린은 다른 귀족 자제 '에드거 린턴'과 결혼하고, 그녀의 선택에 크게 상심한 히스클리프는 저택을 떠나고 말아요. 그렇게 3년 뒤, 복수심에 불타는 히스클리프가 폭풍의 언덕에 다시 돌아오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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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한 사회 구조에 맞서는 개인의 이야기, 또는 파멸적 사랑과 복수극 등 다양한 관점에서 모두 흥미로웠던 소설! 히스클리프의 복수가 어떻게 전개될 지 궁금해서 꽤 두꺼웠는데도 순식간에 읽어내려갔어요. (이야기를 읽으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겨난 질문들은 덤😲)
어젯밤에는 마음이 편했어. 꿈을 꿨어. 잠든 그 애 옆에 누워 최후의 잠을 자는 꿈이었지. 내 심장은 멎어 있었고, 얼어붙은 내 뺨은 그 애의 뺨과 맞닿아 있었어.
- 폭풍의 언덕 中
책을 읽고 제일 오래 남았던 생각은 사랑이 무엇일까? 였어요. 캐서린 언쇼와 히스클리프가 서로 느낀 감정을 토해내는 장면들은 사랑이 아니고는 설명되지 않을 정도로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분명했거든요. 그런데 그 감정이 서로를 파멸의 길로 이끄는 동력이 되다니. 파괴적인 감정도 사랑의 또다른 모습일까요? 사랑으로 인한 좌절에서 시작한 히스클리프의 복수는 그에게 어떤 의미였을까요?
🔖 소유하는 사랑 vs 존재하는 사랑
소설 내내 캐서린을 사랑하는 두 남자 애드거 린턴과 히스클리프의 모습이 극명하게 대조를 이뤄 흥미롭기도 했어요. 유약하고 여린 심성으로 묘사되는 린턴과 과묵하고 거친 히스클리프, 두 인물상이 완전히 양 극단에 있거든요. 사랑 혹은 분노에 눈이 멀어버린 히스클리프는 캐서린을 '빼앗아 간' 린턴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복수를 계획하는데요. 그 과정에서 캐서린을 원망하고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해요.
반면 린턴은 끝까지 캐서린을 신사적으로 대하며, 안하무인으로 구는 히스클리프를 포용하려 하죠. 소설의 주인공은 히스클리프이지만, 소설에서 작가가 보여주고 싶었던 진짜 사랑의 모습은 린턴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보기도 했답니다. 같은 사건을 두고도 달라지는 둘의 행동을 비교하며 읽으니 더 재미있었어요.
복수하고 빼앗는 사랑, 파괴적 로맨스의 클래식. 영미문학을 대표하는 소설답게 무게감 있는 이야기와 감정들, '폭풍의 언덕' 이미지에서 연상되는 음습한 분위기가 짙은 여운을 남겼어요. 잘 알려진 고전 문학인 만큼 북플러들은 이 책을 어떤 관점에서 읽을지 너무 궁금해졌어요!
- 에디터 영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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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고전 문학인 만큼 출판사 별 다양한 번역판이 출간되어 있어서 문체의 차이를 비교해가며 읽는 맛도 쏠쏠해요! 특히 영국 지방 방언을 출판사마다 다른 지역의 사투리로 번역했는데, 어조의 변화만으로도 인물의 성격이 다르게 느껴진답니다. 개인적으로는 '문학동네' 버전이 편안하게 읽혔고, 최신 번역판이 궁금하다면 '문예 출판사' 버전을 추천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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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여름 책세상, 알베르 카뮈
프랑스 에세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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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삶을 마음 놓고 사랑하며 이 삶에 대하여 자유롭게 말하고 싶다.
- 결혼, 여름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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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여름>은 1939년에 출간한 <결혼>과 1954년에 출간한 <여름>을 묶은 카뮈의 에세이집으로, 그의 철학적 세계관과 개인적인 사유가 담겨 있어요. 카뮈의 인간 존재와 삶의 의미에 대한 탐구가 드러나죠.
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특정인과의 사랑을 다룬 책일 것이라고 짐작했어요. 이를테면 결혼 경험이라든지, 사랑하는 이와 보낸 여름의 이야기라든지 그런 멜로에 관한 이야기요. 하지만 읽고 나서는 삶을 사랑하는 것에 대한 탐구가 이 책의 메시지라고 생각했어요.
<결혼>과 <여름>은 각각 에세이 형식으로 작성된 짧은 글들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카뮈의 대표적인 주제인 부조리와 현재의 중요성 등을 보다 직관적으로 알기 쉽게 접하기 좋은 책이기도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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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특징은 아마도 손쉬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그 천부의 자질일 것이다. (...) 인생은 건설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불태워야 할 대상이다.
이 하늘과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이 얼굴들 가운데 무슨 신화나 문학이나 윤리, 혹은 어떤 종교가 끼어들 여지는 전혀 없다. 돌과 육체와 별들, 그리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이 진실들만이 있을 뿐이다. 나는 세상에 인간을 초월하는 행복이란 없다는 것을, 해가 떴다 지는 나날들의 곡선 밖의 영원이란 없다는 것을 배운다.
- 결혼, 여름 中
카뮈는 인간이 세상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하지만, 이 세상은 그러한 의미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봤어요. 인간이 의미와 목적을 찾으려는 끊임없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그에 대한 답을 주지 않거나,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세상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봤죠. 하지만 카뮈는 이를 회피하거나 삶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존재가 부조리함을 인정하고 그것에 대응하면서도, 삶을 계속 살아가야 한다고 주장했죠.
이 과정에서 카뮈는 자유를 강조하는데요. 비록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더라도 인간은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살아갈 수 있다고 믿었던 거예요. 그리고 부조리를 직시한 후에는 미래나 과거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삶의 순간순간을 온전히 사랑하고 음미한다는 것이 아름다운 일이지 않을까, 어쩌면 그래서 많은 독자들이 지금까지도 카뮈의 글을 찾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 저에게도 때때로 과거와 미래에 대한 과도한 생각에 불안하고 상념에 잠기는 날들이 있었는데요. 이 책을 읽고 잠시나마 현재에 대한 집중과 이를 통해 느껴지는 자유로움을 경험할 수 있었어요. 저에게 주어진 일상을 온전히 사랑하고자 하는 감각이 망각될 때 이 책을 다시 한 번 찾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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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 문예출판사
심리학 일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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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수동적 감정이 아니라 활동이다. 사랑은 '참여하는 것'이지 '빠지는 것'이 아니다. 가장 일반적인 방식으로 사랑의 능동적 성격을 말한다면, 사랑은 본래 '주는 것'이지 받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할 수 있다. (...) 주는 것은 잠재적 능력의 최고 표현이다. 준다고 하는 행위 자체에서 나는 나의 힘, 나의 부, 나의 능력을 경험한다.
- 사랑의 기술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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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애정사의 고난을 겪고나면 그런 생각이 들기 마련이죠. "나 뭐 문제 있나?😂" 얼마 전 우연히 에리히 프롬의 고전이 눈에 들어왔어요. 사랑을 주제로 한 시는 들어봤어도, 학술서는 드물고 새롭네요. '나 고수인데?' 싶은 사람도 무릎을 치게 되는 인사이트부터 적용 가능한 비법까지, 사랑의 모든 것을 총망라한 안내서라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연애를 하며 상대가 진심일까 불안해하고, 더 사랑받기 위해 마음 다투는 경험 해보셨나요? 그렇다면 이 책은 분명 도움이 될 거예요. 프롬은 마음을 확인하려는 욕구는 사랑과 거리가 멀다고 이야기해요. 성숙한 사랑이란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내것을 내어주려는 '부자의 마음'이라고요. 어머니의 무조건적인 애정을 통해 실존을 부여 받던 아이다운 수동성에서 벗어나 자신에 몰입하며 존재를 스스로 찾는 사람만이 그런 사랑을 할 수 있다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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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능력은 성장하는, 곧 세계와 자신에 대한 관계에서 생산적인 지향을 발달시킬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 (...) 사랑한다는 것은 아무런 보증 없이 자기 자신을 맡기고 우리의 사랑이 사랑을 받는 사람에게서 사랑을 불러일으키리라는 희망에 완전히 몸을 맡기는 것을 뜻한다.
- 사랑의 기술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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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기술'의 영역에 포함시킨 것처럼 프롬이 정의하는 사랑은 장인정신에 가깝습니다. 강렬한 감정만이 아니라, 합일된 상태를 지켜나가고자 하는 결심,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매일의 실천이 있어야 그것을 사랑이라 할 수 있다고 말해요. 사랑은 연인 관계에 국한한 것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자세 전반에 관련된 이슈라고도 말이죠. 잘 사랑하기 위한 훈련법으로는 두 가지를 제시해요.
- 사랑은 곧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려는 활동적인 태도 그 자체다. 게으름이 파고들 틈 없도록 모든 것에 깨어있어라.
- 자신의 내면에 있는 것만을 현실로 경험하기보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도록 늘 객관성을 가져라. 내 결함을 인정하고 스스로를 의심하려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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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고 나면 사실 '나라는 인간, 사랑하기엔 부족해' 하는 자괴감이 들 수 있는데요. 라이너 풍크 박사의 헌사에 묘사된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경험들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좀 낫습니다. 그 역시도 사랑을 처음부터 잘 하는 이는 아니었던 걸로 보여요. 아버지 어머니의 집착적인 애정 속에 자아도취적인 사람으로 자라났고, 연인과의 연이은 이별을 마주했던 그입니다. 그래도 사랑에 대한 통찰을 놓지 않고 다시 사랑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은 덕에 결국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주는 저술가가 된 그의 일대기에 용기가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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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신간도서
사랑 창조적인 사랑이란 자아의 영역을 넓히는 것, 쉬운 말로 하면 두 사람이 하나의 세계를 형성하는 데 있어요. — 사랑의 키는 죽음보다 한 치라도 높아야 해요. 그렇지 않다면 인간은 단지 죽기 위해서 태어난 것뿐이니까요. — 사랑은 관찰이 아니다 잠수다 강물을 사랑하는 사람은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고 그냥 뛰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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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지성, 故 이어령의 삶과 사유를 고스란히 담은 책, <이어령의 말>을 신간 도서로 소개해 드려요. 오랜 시간 준비 끝에 이어령의 결정적인 어록을 모은 책으로, 그가 평생을 통해 전하고자 한 깊은 지혜와 깨달음을 한 권에 압축했어요.
1970년대부터 이어령은 그의 사유를 사전화해달라는 요청을 여러 차례 받았지만, 작고하기 7년 전쯤부터 ‘이어령 말의 정수’라 할 만한 글을 추려 한 권으로 엮기를 바랐다고 해요. 3년 만에 완성된 이 책은 이어령 사유의 사전화라는 기획을 실현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죠. 마음, 인간, 문명, 사물, 언어, 예술, 종교, 우리, 창조라는 9가지 주제에 대한 그의 깊고 넓은 사유가 짧고 간결한 글에 담겨 있어요.
우리말을 깊이 사랑한 이어령의 어록으로 구성된 이 책은 문학적 아름다움을 넘어서 우리의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선사해요. 자신이 남긴 말의 정수만을 추려낸 이 책은 이어령이 후대에게 전하는 마지막 선물 같기도 한데요. 이어령의 철학이 궁금한 북플러뿐만 아니라, 삶을 돌아보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나만의 시선으로 성찰하고자 하는 모든 북플러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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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platter.lett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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