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사고가 유독 많게 느껴지는 요즘. 북플러님은 잘 살고 계시나요? 저는 요즘 변화무쌍한 날씨만큼이나 격변하는 감정과 생각들을 마주하고 있어요.
평소에도 생각이 적은 편은 아닌데, 가끔은 너무 많은 잡념에 스스로 지칠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책을 읽으면 신기하게도 생각이 줄어들기도 해요. 마구 뻗어나가는 산발적인 생각들이 책에 집중하는 시간만큼은 하나로 모이죠.
그렇게 책에서 얻는 마음의 평안..🌳
최근 제 마음에 평화를 준 책 세 권을 소개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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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친구는 마치 기억의 외장하드 같다. 분명 내게 일어났던 일이지만 자주 꺼내지 않아 그곳에 있었는지도 잊은 일들을 친구의 입에서 들을 때, 왜인지 부끄러우면서도 든든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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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친구와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든 책, 장류진 작가의 첫 에세이 <우리가 반짝이는 계절>이에요.
핀란드에서 교환학생을 했던 작가는 교환학생 시절 친해진 친구와 10년 만에 핀란드로 다시 여행을 떠나요. <우리가 반짝이는 계절>은 작가가 10일간 핀란드의 곳곳을 누비며 맛본 것, 느낀 감정, 추억의 회상, 친구에 대한 애정 등이 담겨 있죠. 잔잔한데 수다스러운 친구의 여행기를 보는 느낌이라 에세이 치고 꽤 두꺼운 분량인데도 금방 읽게 되었어요.
여행지에서 어떤 관광을 했는지보다, 오랜 시간 겹겹이 쌓아온 친구와의 우정을 돌이켜보는 행위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었을까요. 친구와 과거 자주 갔던 카페를 다시 가보고, 그 시절 사귀었던 친구를 다시 만나 집을 방문하기도 하는 등 화려하기보단 소박한 이야기들이 저는 더 특별하게 느껴졌어요.
오래된 친구는 서로의 가장 반짝이던 시절을 알아주는 존재라는 점에서 더욱 애틋하게 느껴져요. 그래서인지 에세이를 읽다 보면 친구를 향한 작가의 깊은 사랑이 묻어난답니다. 그 사랑을 저도 전달받으며 마음이 훈훈해진 책이었어요. (인류애 충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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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읽으며 멕시코에서 교환학생 신분으로 반년 정도를 지냈던 시절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어요. 다른 동기들과 다른 낯선 국가에 혼자 배정되어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했던 마음이 기억나요. 간간이 외로웠던 제가 읽으며 많이 의지했던 책을 두 번째로 소개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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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대에게 줄 가르침은 이것뿐이오." 현자 중의 현자가 말했지. "행복의 비밀은 이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것, 그리고 동시에 숟가락 속에 담긴 기름 두 방울을 잊지 않는 데 있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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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교환학생으로 출국하기 전 짐을 싸다가 우연히 책장에 꽂혀있던 <연금술사>를 캐리어에 넣어가며 읽게 됐어요. 지금 생각하면 럭키비키!🍀 머나먼 타지에 가게 된 제 상황에 딱 맞는 소설이었죠. <연금술사>는 양치기 소년 산티아고가 꿈을 찾아 긴 여정을 떠나 만난 사람들과 그들로부터 얻은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예요.
삶의 새로운 목표를 찾아 어디론가 훌쩍 떠나기, 모두 한 번쯤 상상해봤을 만한 일인데요. 자신이 평생 살아온 곳을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을지 결말이 궁금해 읽는 과정에서 명문장을 많이 발견했어요.
은유와 상징은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책들의 특징이기도 한데요. 스무고개 같이 느껴지기도 하는 현자의 말들은 두 번 세 번 곱씹으며 읽게 돼요. '두루뭉실'하다는 이유로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만, 제게는 삶의 여러 군데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는 큰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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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모래언덕은 바람에 따라 변하지만, 사막은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랍니다. 우리의 사랑도 사막과 같을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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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의 여정에 깊이 빠져들었다가, 책에서 잠깐 빠져나와 '무슨 뜻일까?' 곰곰이 생각했다가. 완급 조절을 하며 읽다 보면 나의 지난 시간들도 한 번쯤 되돌아보게 되죠. 마음의 여유가 조금 있다면 더 기쁘게 읽을 수 있는 책 같아요. 한 번 쯤은 읽어보길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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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단순하게 산다는 게 보통 쉬운 일이 아니란 것도 깨달았다. 마치 서핑 같다. 파도는 시시각각 모습을 바꾸니, 늘 그때그때 균형을 잡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비틀린 모습이 되어도, 의도만 유지하면 흐르는 시간 속에서 만사는 단순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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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표지에 이끌려 집어들었는데, 제 마음에 의외의 평화를 선사한 책.📕 잔잔한 일본 드라마를 읽는 것 같은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을 소개해요.
일본 한 소도시의 오랜 햄버그 스테이크 가게 '주주'를 운영하는 미쓰코와 가족의 이야기예요. 화려하거나 변화무쌍하지 않고, 묵묵히 한자리를 지켜오는 골목 식당. 언제 가도 그 자리에 있을 것만 같은 '예측 가능함'이 안정감을 주는 듯 해요.
'주주'를 운영하는 직원들과 손님들은 저마다 아픔과 결핍을 가지고 있어요. 각자의 아픔을 햄버그 스테이크를 만들고 먹으며 잠시나마 잊기도 하고, '주주'를 매개로 연결된 다른 이들과의 관계로 치유하기도 하죠.
평화롭고 희망적이면서도 만화처럼 마냥 신나고 즐겁기만 한 소설이 아니라 좋았어요. 또 소설에 등장하는 햄버그가 정말 정말 먹어보고 싶어졌어요.. 🤤 ('주주'는 고기가 익어가는 소리라고 해요. 정말 맛있고 귀여운 소리!) 북플러님은 소울푸드가 있으신가요? 있다면 저에게도 살짝 소개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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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제가 <주주>를 집어들게 된 이유는 바로 표지 때문인데요. <주주>를 보고 떠올랐던 제가 좋아하는 일러스트 브랜드 '제로퍼제로'도 함께 소개하고 싶어요.
주로 다정한 가족, 여행, 아이, 동물 등의 친근한 소재를 그린 일러스트가 많아서 보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더라구요. 저는 특히 이 브랜드의 엽서를 좋아해서 쟁여두기도 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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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번잡하고 지칠 때 평안을 얻는 북플러님만의 방법이 있나요?
나이를 먹을수록 오르락내리락하는 마음의 평형을 유지하는 일에 더욱 노련해진다는데, 가끔 저는 아직 멀었단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북플러님에게도 그럴 때가 있다면
제가 전해주고픈 마음의 평화가 오늘 소개한 책을 통해 잘 전달되었길 바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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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두 발로 대지를 딛고, 몸이라는 제한을 갖고 있으면서도 수명이 다할 때까지 한껏 사는 생물입니다. 그것은 매우 허망하고, 그러나 멋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주주 <작가의 말>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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