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껏 골라 먹는 북플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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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플래터]는 책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에디터 개인호차예요. 북플래터가 지금까지 소개한 책들은 북플래터 책 모음ZIP.에서 확인할 수 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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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일 크리스마스에는 연말 기념 호차가 북플러를 찾아가요. 에디터들이 특별한 이벤트도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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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디터 란란🍰이에요. 북플러님에게 책은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저에게 책은 일종의 안전장치 같은 느낌이에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 책이 가득한 공간을 가는 것은 실패하는 일이 없거든요. 그럼 그 두 가지가 함께 있는 책 행사는!? 갈 때 마다 1000% 충만해진 마음으로 돌아와요.
책 행사에서 책을 구경하는 것은 서점 구경과는 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창작자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고, 다양한 책의 형태를 보며 책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죠 ! 꼭 책을 읽지 않아도 책의 제목이나 형식, 작가와의 대화가 그 자체로도 많은 영감을 주죠. 그래서 오늘은, 각종 책 행사에서 봤던 인상깊은 책으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일명, 제게 영감을 준 책들! 북플러님에게도 영감을 주길 바라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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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 아트북페어, 22년 9월 25일
프라하 시내에 붙어있던 포스터만 보고 무작정 찾아간 아트북페어에서 첫눈에 반해버린 구름카드예요.☁️ 다양한 구름의 그림과 이름, 특징, 그리고 구름이 출몰하는 높이가 적혀있어요. (체코어로.. 😅)
구름 카드를 마주한 게 운명같이 느껴지기도 했는데요. 한참 기차와 버스를 타며 여행 하고 있어서, 하늘을 많이 볼 수밖에 없던 나날들이었거든요. 멍하니 하늘을 보다가 문득, 어느 구름은 하늘에 찰싹 붙어있고 어느 구름은 둥둥 떠다니네... 하고, 처음으로 구름의 다름을 인식했었는데요. 며칠 뒤에 이 카드를 발견한 거죠!
어떤 글이 적혀있는지 살짝 보여드리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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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적운
하늘에는 곡식들이 점찍어져있다.
하얀 모래, 하얀 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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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운
갈고리 모양으로 끝나는 하얀색 선
또는 줄무늬나 옅은 구름
또는 비행기가 지나간 뒤의 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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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에 이렇게 많은 종류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많은 사람들이 그냥 지나칠 뿐인 구름을 관찰하고, 그리고,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하다니 ! 낭만적이지 않나요? 이후 여행에서는 늘 이 카드를 들고 다니며 오늘은 어떤 구름이 떠있는지, 하늘과 카드를 번갈아보는 게 제 소소한 낙이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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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구름 관찰자를 위한 가이드>라는 책을 발견했어요. 구름 감상협회 선언문, 구름관찰자 졸업시험 문제 등 웃음이 나오는 귀여운 요소들이 많은 책이에요. 아마 구름 카드를 만든 사람과 이 책의 저자는 아주 대화가 잘 통할 것 같아요. 이렇게까지 구름에 진심인 사람들을 보며, 아래 문장들이 떠올랐는데요.
세상에는 시간표를 조사하는 게 좋아서 하루 종일 열차 시간표만 들여다보는 사람도 있어. 또는 성냥개비를 연결해서 1미터나 되는 배를 만들려는 사람도 있고.
- 노르웨이 숲, 무라카미 하루키
세계 각국의 펜 테스트 용지를 수집하는 사람에 대한 기사를 본 적도 있어요. 지금껏 세계 106개국의 용지를 모았고, 낙서에는 국가별 특징도 있다고 해요.
-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김신지
저는 이렇게, 세상 사람들 대부분이 신경 쓰지 않는 것에 신경 쓰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자꾸만 마음이 가요. 무용한 것에 마음 쓰는 사람의 순수함과, 어떤 대상에 흠뻑 빠진 사람에게서 나오는 에너지에 끌리는 걸까요. 이렇게까지 몰입해서 좋아할 수 있는 걸 찾았다는 게 부럽기도 하고, 저도 언젠가 마음 다해 좋아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을 수 있겠지 싶어 두근대기도 해요. 이를테면, 제가 갑자기 세계 각국의 서점 영수증을 수집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는 거고...
남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북플러님에게는 '아무것'인 무언가가 있나요? 저는 그나마... 책이려나요? 🤔 우리 함께 찾아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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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퍼블리셔스 테이블, 23년 9월 25일
서울퍼블리셔스테이블에 정말 다양한 부스가 있었지만, 특히 <조식타임>, <평양냉면> 등 먹는 이야기를 담은 책을 판매했던 부스가 기억에 남아요. <조식타임>은 조식 문화가 발달한 중화권 나라를 여행하며 먹었던 아침을 소개하는 책이고, <평양냉면>은 말 그대로 우리나라의 평양냉면 맛집을 투어하는 귀여운 책이죠. 심지어 출판사 이름도 '후루룩' !
먹을 것을 다룬 책이 드문 것은 아닌데도 유독 이 책들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던 이유는, 그날 작가님이 광대를 한껏 올린 웃음을 지으며 덧붙인 한마디 때문일 거예요.
"제가 먹는 걸 너~무 좋아하거든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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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저도 먹는 것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섬세한 맛 표현이나 미식의 경험 때문이 아니라, 먹는 건 사람에게 가장 쉽게 행복을 주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날 마주했던 작가님의 표정이 그러했고, 당장 배달의민족 리뷰나 맛집 블로그를 보아도 그렇잖아요! 정성 다해 타자를 두드릴 정도로 맛있는 음식을 먹은 사람들이 뿜어내는 행복의 에너지는 강력해요. 북플래터에서 소개했던 <행복의 기원>에서도, 사람들이 가장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은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것을 먹을 때'라고 하기도 했어요. 그러니까, 대부분의 행복은 먹는 것에서 시작되는 거예요 ! 😳 저는 가장 단순하고 원초적인 방법으로 행복에 대해 쓰고 싶었어요.
그렇게 제가 처음 선택한 '행복한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바로...! 저의 소울푸드 순두부찌개였어요. 북플러에게만 슬쩍 공개해볼게요.
순두부찌개는 찌개계의 서브 남주가 아닐까? 항상 그 자리에 있고, 매력도 충분해서 그를 사랑하는 사람도 많지만, 늘상 남주인 김치찌개나 된장찌개에 밀리는 운명을 타고난… 비운의 서브남주. 이 지독한 서브병은 먹을 것에도 적용되는지, 나는 이 슴슴한 서브남주를 사랑하게 되어버렸다.
순찌 러버 북플러, 공감하시나요? 제가 생각하는 순두부찌개의 매력과, 순두부찌개가 제게 '소울푸드'로 등극하게 된 에피소드를 적다 보니 신이 나더라고요 💃 순두부찌개 국물의 칼칼함, 순두부의 탄력, 삼킬 때 느껴지는 든든함... 등을 떠올리다 보니까 정말 신기하게도, 행복해졌어요 ! 당시 느꼈던 맛과 감정을 어떤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에 집중하면 더욱 재미있는 표현이 써지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음식에 대한 글쓰기, 북플러에게도 추천할게요. 북플러님이 만약 먹는 이야기를 쓴다면, 어떤 음식에 대해 쓰고 싶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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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책의 형식은 무궁무진하다 - !
북페어를 다니며 가장 크게 느낀 지점이에요. 단순히 작가가 글을 써서 종이로 엮은 것만이 책이 아니라는 것! 글이 없을 수도 있고, 작가가 없을 수도 있고, 종이가 아닐 수도 있고... 책의 가능성은 정말 무궁무진하더라고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책이라고 볼 수 있을까? 책의 가장 본질적인 요소는 무엇일까? 조금 심오한 고민도 하게되고... 이런 것도 책이 될 수 있구나! 느꼈던 순간을 공유해볼게요.
1 ) 과정과 고뇌의 흔적도 책이 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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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 아트북페어, 22년 9월 25일
낙서가 잔뜩 쓰여진 책을 봤어요. 설명을 들어보니 유명한 예술가의 작업북이라고 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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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국제 도서전, 22년 6월 5일
작가는 영상 과제를 하면서, 딱 과제 제출만 하고 끝나는 게 아쉬웠다고 해요. 하나의 작품이 완성된 과정을 기록하고자 하는 마음에 탄생한 책이에요. 2분 22초의 짧은 흑백 영상 작품인 <바다가 필요한 이유>의 작업 과정이 담겨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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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게 좋았어요. 정제된 결과물만이 책이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발상의 전환이었달까요 ! 저도 과거 영상 만드는 일을 할 때, 결과물보다도 영상을 만들기까지의 고민의 흔적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했었는데요. 결과물에는 보이지 않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있어, 오히려 과정이 더 강력한 콘텐츠가 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2 ) 이미지만 있어도 책이 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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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퍼블리셔스 테이블, 23년 9월 25일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유사하게 찾아볼 수 있는 '제단'의 이미지를 모아놓은 책이에요. 집에 놓고만 있어도 소원이 이루어질 것 같은 느낌이에요. 정말 간절할 때는 이 책을 앞에 두고 기도를 드리고 싶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미지와 제목만으로 재미있는 경험을 줄 수 있는 책이 완성된다는 게 흥미로웠어요! |
📍프라하 아트북페어, 22년 9월 25일
인물 사진의 얼굴 부분만 삭제하고 모아놓은 책이에요. 작가의 의도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얼굴을 찢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많은 상상을 하게 하는 책이라 흥미로웠어요. (왜 이렇게 했을까?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일까?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을 보기 싫었던 걸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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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내가 직접 쓰지 않아도 책이 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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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페어는 아니고 어느 북카페, 23년 8월 12일
<문장수집가> 책은 각 주제에 맞는 고전 작가들의 문장을 모아놓은 책이에요. 특히 앞부분에 적혀있는 '문장 수집가 사용법'이 인상 깊었는데요.
1. 순서대로 읽지 마세요.
2. 가장 좋아하는 공간에 놓아두세요.
3. 문장을 소리내어 읽어보세요.
4. 마음에 드는 문장을 사진 찍어 보세요.
5. 손으로 기억하세요.
타인의 문장을 인용해 주제에 맞게 적절한 방식으로 편집하는 것도 책이 될 수 있다면, 북플래터도 언젠가는 책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 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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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타 북플러에게 보여주고 싶은 귀여운 책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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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 책시장, 22년 9월 5일
엄지손가락만 한 미니책이에요. 다 읽는 데 얼마나 걸릴까요? |
📍서울 퍼블리셔스 테이블, 23년 9월 25일
실제 아이폰 메모장에 있는 글을, 아이폰 사이즈로 제작한 책이에요. 남의 메모장을 훔쳐보는 일, 꽤나 즐거울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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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 아트북페어, 22년 9월 25일
왼쪽에는 현실, 오른쪽에는 이상이 그려져 있어요. 책을 넘길 때마다 그림이 움직이는데 피식피식 웃음이 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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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준비한 콘텐츠는 여기까지인데요. 제가 다양한 책을 보며 느꼈던 설레임이 조금은 전달되었을까요? 책 행사를 많이 가본 북플러에게는 그때 그 조명 온도 습도를 떠올리게 하는 레터가, 아직 행사를 가본 적 없는 북플러에게는 북페어에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하는 레터였으면 좋겠네요-! 북플러가 본 신기한 형식의 책, 또 거기서 받은 영감은 무엇이었는지도 궁금해요. 공유해주실 수 있나요?💘
- 에디터 란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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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연말, 내게 소중한 것을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책을 소개해요.
중요한 건 사소한 것이란다, 아들아. 사소한 것.
<모리스 씨의 눈부신 일생>은 84세 노인이 호텔 바에 홀로 앉아 인생에서 가장 특별했던 다섯 명에 대해 하룻밤 독백으로 풀어내는 작품이에요. 감정 표현에 서툴었던 모리스 씨가 덤덤하게 털어놓는 사랑과 그리움의 표현이 여운을 남기죠. 열등감, 수치심, 분노, 다정한 마음, 연민, 사랑...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어봤을 보편적 감정이 담겨있어 마음 깊이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에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에 읽기 딱 좋은, 잔잔하고도 깊이 있는 책이에요. 작품을 읽는 동안, 모리스 씨와 바에 앉아 조곤조곤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 들 거 예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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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참여 방법
🤍당첨 발표
-- 복복서가 출판사에서 일정 종료 후 개별 연락 및 발송 예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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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이 싫어서>의 계나 얘기를 보면서 선우정아의 '도망가자'가 떠올랐어요. 인생에 번아웃이 올 뻔한 적이 몇 번 있는데 그때는 모두가 그렇게 살고, 그게 당연한 줄 알았거든요. (사실 왔을지도 모르겠어요. 매번 다 이렇게 지내는데... 로 얼버무린거죠.) 근데 그때 어딘가로 도망갔어도 괜찮았을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나의 정체성은 잘 굴러가는 사회를 위한 하나의 나사가 아닌 '나' 잖아요. 한국에서는 나를 챙기는 일에 무심한 사람들이 아직도 많은데 그러다 소중한 걸 잃을 수 있으니 각자 인생의 작은 쉼표 하나쯤은 챙기자고 이야기 해주고 싶어요. 계나가 한국을 떠난 이유도.. 도망 보다는 자신의 쉼표를 찾는 여정이였다고 생각하니까요.
🏄♀️ : 《트렌드 코리아 2024》이 추천도서로 있는 것을 보니, 한해가 저물어간다는 것이 실감나요. 또, 다가오는 새해를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 고민되는 아침이었습니다.
🚴♂️ : 처음에 공유해주신 문장부터 강렬하게 공감됐어요. "사람들은 따라오라고 하면 안 따라오고 '내 갈 길을 갈거야' 라고 하면 따라온다. -김씨네과일 중에서 과연 될까? 스스로 의문이 들 때가 많은데 '좋아하는 일-도전-꾸준함'의 여정을 해보며 기록으로 남겨봐야겠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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